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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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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24. 13:48 응급실24




지리한 장마....

 

눈앞 1m도 안보일정도로 비가 오던날

 

새벽 1시경 근무중 잠깐 쉬려고 밖으로 나와 빗소리를 듣고 있던 중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병원 근처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데요. 중환자가 여럿이래요 좀 도와주세요"

 

전화를 끊자마자 요란스러운 119 싸이렌이 이곳 저곳에서 섞여서 들려왔다.

 

응급실에 들어서자마자

 

119대원들이 다급히 뛰어들어왔다.

 

바로 글러브를 끼고 환자에게 다가갔다.

 

이미 숨은 끊어진 상태였고 팔 다리 한군데도 성한 곳이 없고 뼈가 돌출된 곳도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던 중 119대원에게 물어보니

 

"빗길에 차 한대가 미끄러진 것 같은데 중앙선을 넘어서서 반대쪽에 오던 차와 정면 충돌한것 같다는데요

이 환자 말고 너댓명 더 여기로 올껀데 다 상태 안좋아요 부탁드려요"

 

안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번째 환자가 도착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숨이 끊어져있으며 갈비뼈가 거의 전부 부러져있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손이 모자라서 병동에 있는 후배들에게 구원 요청을 해서 사람을 더 불러모았다.

 

세번째 환자 도착

 

역시나 사망 상태. 심폐소생술

 

네번째 환자 도착

 

의식없으나 심장만 겨우 뛰고 있는 상태

 

다섯번째 환자 도착

 

다행히 의식은 있으나 혼수상태

 

 

마지막으로 온 119대원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다섯명만 다쳤단다.

 

응급실에 있던 다른 환자들은 제쳐두고 1시간가량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여러가지 치료를 하였으나

 

결국 처음에 온 세명은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자료화면; MBC 닥터스>

누구인지 이름도 모르는 다섯명의 환자.

 


차량 두대에 5명타고 있었는데

 

3명 사망(60%사망)

 

2명 중상, 혼수상태

 

두시간여만에 신원이 파악되어 보호자들이 도착했다. 환자들은 세명의 10대, 택시기사, 택시 승객이었다.

 

"엄마가 밤늦게 비많이 온다고 나가지 말라그랬는데 말안듣고 나가더니 이렇게 되었니!!ㅠ"

"우리아들 살려줘요!!"

"여보!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가는거야!오늘같이 비오는날 술을 왜 먹어!!"

"OO야, OO야 정신좀 차려봐"

"아빠 왜 이래! 눈좀 떠봐!"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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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