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MDrmetalkiller
  • total
  • today
  • yesterday
05-18 23:04

2009. 9. 17. 12:15 응급실24




우리 병원에는 인턴쉽을 오는 119 구급대원(응급구조사)들이 있다.

지난 화요일 회식자리가 있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나라 공무원을 얼마나 쉽고 편하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알게되었고,
우리나라 구급대가 왜 제역할을 못하게 되는지
119대원들이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게되었다..



#episode 1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며 기력이 없어 못일어난다고 병원에 좀 데려다 달라는 신고 전화가 왔다한다.

키가 작고 아담한 여자 응급구조사와 다른 남자 구조사(119운전하시는분)가 함께 출동을 했다.


환자를 실을 들것을 가지고 환자의 안방에 들어서보니 90kg도 넘어보이는 덩치큰 환자가 누워있었다한다.

들것에 환자를 옮기려하니 환자가 그러더란다.

"저기 여자분....그 아담한 몸으로 나 들수 있겠어요?"


-여자 구조사
"저 글쎄요 한번 들어봐야죠"


-환자
"윽...나 떨어뜨리는 거 아니죠?"


들것을 들자 환자를 든 들것이 약간 휘청거렸다한다.




그러자

환자는



제발로 걸어서 병원으로 가버렸단다.



아 걸어갈 힘 있으면 119 부르지 말지 왜 병원에 데려다 달래!


실상...이런 환자 많다....

-코피를 한시간동안 흘렸다고 큰일났다며 119에 신고해 119들것에 버젓이 앉아서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

-손가락 끝을 칼에 베어 20분 동안 피났다고 119 신고해 걸어서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

-아기가 자꾸 운다고 119신고해서 119타고 아이 안고 오는 엄마


악용하는 사람도 많다.

-의료보호 환자(저소득층으로 지병을 앓고 있어 국가에서 거의 100% 진료비 등을 지원해주는 사람)로
병원에 가려면 차비가 들어서..119 신고..ㅡ.,ㅡ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 끝났는데 집에좀 데려다 달라며 새벽 4시에 119에 전화하는 사람ㅡ.,ㅡ




이런 호출과 신고를 받으니 진짜 급하게 치료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119가 제시간에 출동을 못한다...

안타까운 현실..


#episode 2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칼을 들고 자해하려 한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우리의 씩씩한 119대원은 환자의 집에 들어섰다.

방문에 노크를 하자

벌컥 문이 열리며

환자가 칼을 들이대서 움찔했다.

결국 그 환자를 달래던 중 환자가

칼을 들고 계속 쫓아와

옥상으로 도망갔다가

환자가 칼로 위협하는 바람에 3층 높이 옥상에서

우리의 대원은 바닥으로 추락..

경추골절..

하반신 마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응급구조사들..

쓸데없는 119신고에 허탈함...

진짜 중환자의 응급처치가 늦어짐


이게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의 현실

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