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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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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01:31

2009. 10. 29. 21:51 응급실24




조만간 현장의 상황을 사진으로 올리려 생각중인데....


지금 우리 병원 응급실은

"재난"

상황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재난(disaster)
: 병원이나 응급실에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단기간에 들어와 정상적인 환자 흐름이 이루어지지 못할때..
라고 되어있는데


요새 그렇다..

나야 전문의 시험 준비하느라 진료에서 멀어져 있지만..
시험 준비 전...10월 초까지만 해도
우리 응급실에 하루 200명 정도 내원
그중 신종플루 의심환자 30명가량...


그러나..



지난 일요일
공부하다 잠시 쉬러 나가다
후배들이 응급실에서 일 잘하고 있나 보러가다가

그만두었다..

병원 원내 약국앞이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차서
지나갈 수가 없었다..

또 신종플루 전용 진료실에는
의자가 없어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들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인데..아마도 신종플루가 아닌가 하고 내원한 사람들이다.

2주전부터 신종플루 아닌가 하면서 내원한 환자가 슬금슬금 늘어나더니
언론에서 마구마구 근거없는 보도해대니깐
우리응급실이 일요일에는 완전 전쟁터가 되었다.


총 750명 내원(평소의 세배 수준이다...)
그러나 추가로 투입된 의사는 2~3명 정도..

후배에게 물어보니
진료보는데까지 3시간 기다리고
타미플루 처방받아서 귀가하는데까지
총 5시간은 걸리는 것 같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진짜 응급환자들이라면 5시간 응급실에서 기다린다 그러면 마구마구 언성을 높이고 성질을 냈을텐데..
마스크 끼고 돌아다니던 환자들이 잠잠하더란다...


한번은 우리병원 옆에 있는 삼O화재 란 회사에서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한명 나온뒤
15분동안 그 회사 직원 40명이 신종플루 검사를 받겠다고 내원했다고 한다..(의사는 5명 뿐인데..)

증상은 하나도 없는데..


어째튼 난리는 난리다..


언론에서 너무 과장, 포장해서 보도를 해서 일반인들의 두려움이 커져만 가는것 같다.





요새는 우리 병원도 타미플루 처방의 기준이 좀 바뀌고 있다.
환자가 너무 몰려들다보니
진짜 응급환자가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여서..
그리고 빨리 투약해서 나쁠것도 없고
약효도 그런대로 괜찮아서
특별히 상태 나빠보이지 않고 환자 본인이 신종플루 아닌가 하고 물어오면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살짝 우려스럽기는 하다..

첫째
바이러스라는 것이 돌연변이가 잘생기는데
너도 나도 타미플루를 받아가서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무작위로 투약할 것이 아니라..
신종플루 바이러스 검사를 한 뒤에 투약하는게 필요할 듯 싶다.

(현재 검사는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생기는 항체를 검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체가 한번생긴사람은 계속 항체가 남아있을 것이다...
한번 신종플루 비슷한 증상으로 확진 검사없이 타미플루를 먹고 병이 호전된 뒤
다음에 비슷한 증상이 생겼을 때
신종플루 혈청검사를 했을 시 진짜 양성인지 과거 감염인지 감별이 안될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
신종플루라고 내원하는 환자들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못받는 진짜 응급환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동네의원에서 진료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으세요"
라는 말이 제발 제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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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