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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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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04:35

2009. 6. 1. 21:25 응급실24




사실 제목이 좀 웃기긴 하나

 

바쁘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환자 한명 한명이 다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의사나 간호사랑 좋은 관계를 유지해 좋게 치료받고 귀가하거나 입원하는 환자도 있는가 하면

 

의료인들과 마찰을 일으켜 기분이 상해 집에 가는 사람도 있다.

 

응급실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로서 인정받고 대접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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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접수를 한다

 복잡한 응급실 환경에서 누가 들어오고 나갔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접수를 하지 않으면 더구나

 

누가 왔는지 알수가 없다. 접수를 해서 환자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줘야 진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

 

을 의료진이 알 수 있다.

 

 

 

2. 기다린다.

 모두 아픈 사람이기 때문에 나만 급하다 생각하면 안된다. 나보다 더 급한 환자도 있고 나보다 경증인 환자

 

도 있다. 중증도에 대해서는 의사가 판단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본인이 제일 아프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여 빨리 진료를 봐달라고 소리침(소위 acting)하면 의사나 간호사가 빨리 가보기는 하겠지만

 

안그래도 분주한 환경이기 때문에 큰 소리가 나는 환자는 빨리 잠재우고자 해서 첫 만남에 제대로 환자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비싼 돈 내고 대충 진료 받기는 싫지 않지 않나? 의사나 간호사도 사람이기에 괴

 

롭히는 환자는 빨리 조용히 시키고 싶은 마음을 갖고 약간(?) 성의가 떨어질 수도 있다.

 

 

 

3. 너무 많은 요구를 하지 말라.

 

 분주한 응급실 상황에서 자꾸 의료진을 불러내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귀찮아하고 질려 할 수 있다. 본인이

 

호소하는 것과 불편한 위주로 말하되 너무 자주 말을 걸면 오히려 힘들고 귀찮아 하게 될수 있다.

 

 

 

4.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

 

 환자랑 말이 가끔 안통하는 것이 있다. 배가 아프다고 해서 배에 대한 것을 물어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2년전 목이 아파 병원에서 무슨 약을 먹었네 어쨌네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가

 

하는 말을 걸러듣게 된다. 주로 1~2주 사이에 있었던 증상을 위주로 말하는 게 좋다.

 

 

 

5. 진료 후에 고맙다는 말을 남기자

 의료진도 사람인지라 본인에게 고마워하면

 

 의료진 스스로는 환자를 일이라고 생각하고 환자를 대했을 지언정

 

 고맙다는 말을 하면 좀더 잘해주고 싶어지는 이상한 인정(?)이 생긴다.

 

 

6. 돈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하지 말자

 

 응급실 의사들은 다 봉급쟁이다. 특히나 큰 병원으로 갈 수록 더하다.

 

 봉급쟁이는 환자에게 CT를 찍게 하거나 어떤 비싼 약물을 썼다고 해서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필요해서 검사를 하자는 것이고 투약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저는 봉급쟁이에요. 환자분 검사는 필요해서 하는 거지 저한테 10원짜리 하나 안떨어져요!"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퇴원하면서 의사나 간호사에게 진료비가 얼마 나왔는지 묻지 말자. 환자 진료비는 신경 안쓰고(?엄밀히 말하면 너무 비용 많이 나올 것 같은 것은 안하려고 하고 꼭 해야 하면 동의를 받는 것이 의료진이다. ) 진료만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얼마 나왔는지 주사가 얼마인지, 검사 비용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진료비를 물어봤자 잘 모른다. 진료비는 퇴원할 때 원무과에서 수납하면서 물어보면 된다.

 

 

7. 집에 가라 그러면 고맙습니다 해야지 왜 집에 그냥 보내냐고 따지지 말자

 

의사들의 고충 중의 하나가

"이 환자를 귀가시켰다가 문제 생기면 어쩌지?"

라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귀가 결정을 내렸다면, 또는 경증이라서 내일 외래로 오라 그런 경우는

 

본인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구나 하면서 고마워 해야한다.

 

의사들은 수분~수시간동안 환자를 보고 퇴원 결정을 하는 것에 굉장히 부담을 가지고 있다. 집에 보냈다가

 

잘못되면 큰일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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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생각 나는 것은 이것이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응급실에서 4년째 일하고 있으면서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것들을 나열

 

한 것입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나 보호자와 따뜻한 관계를 갖고 싶어합니다. 노력도 하지만 워낙 의사에 대한

 

인식이 나빠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아서 참으로 어렵습니다.

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