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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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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1 <응급실24> 심폐소생술, 심장마비....눈물 1
2009. 6. 1. 21:02 응급실24




어제 응급실에 74세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원래 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데
    --아직 이 병은 치료 법이 없다...증상조절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까지만...가능하다..

3일전부터 호흡곤란이 있었단다....

 

그래서 어제 아침에 병원에 오려고 하던 중 할머니 앞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단다..

 

당황한 할머니가 119에 신고를 했고....

119대원 손에 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내원 당시 환자는 이미 시체였다....호흡 맥박이 없으면 죽은 거다...송장이다....

119대원은 뭘했는지 환자를 싣고만 왔다....

 

그래서 환자를 보자마자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intubation(기도삽관-종합병원2에 보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가 자기가 못해서 어버버하다가 윗년차 선생님 불러달라고 하는 그거..._)를 바로 하고-------------물론 난 한번에 했다...

 

심장 압박에 들어갔다....

 

심폐소생술을 한지 대략 15분만에 할아버지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고....기뻐서 할머니에게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응급의학을 하게된 계기가 이거다...내 눈앞에 죽어서 나타난 사람을 살아나게 할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다른 과 의사는 못하는..

 

하지만 심장 박동은 오래가지 못했다...한번 멎은 심장은 약해져서 금방 다시 멎을 가능성이 많다...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그 이후 같은 상황이 여러차례 반복되었다...심실세동(수전증환자가 손이 떨려서 손을 못쓰는 것처럼 심장이 부들부들 떨어

혈액순환을 제대로 못시키는 상태) 지속되어 수많은 약제와 defibrillation(제세동-영화에서 보면 전기 충격주는거)를 20여 차례 시행했다...

 

 

 

결국 1시간 남짓 지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하지만 기능은 약했다...스스로 제대로 뛸 능력이 없어서 강심제를 투여했으나....혈압은 유지되지 않았고....다시 심장마비가 왔다...

 

 

사실 심장마비가 5분이상 지속되면 우리 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뇌brain이다...시간이 길어질 수록 뇌손상이 심해져서 의식이 깰 가능성은 줄어든다..마찬 가지로 심장기능도 떨어진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다시 하며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살아나시기 힘들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우셨다..

70여년을 자식 대학보내고 키우느라 농사짓고 힘들게 살아오다...이제야 자식들 자리 잡고 봉양 받을 때가 되어가는데....병때문에 고생만하다가

이렇게 가시면 안된다고....서울에 있는 자식들 얼굴도 못보고 가게 할 수는 없다고....이제 둘이 살만해졌는데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제발 더 해달라고....예전에도 "가슴누르는 것"해서 살아난 적 있었다고....제발 살려달라고....

내 손을 잡았다.....

 

 

그래서 고민했다....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는 이 심폐소생술을 계속해야 할까....

 


다시 시작했다....심폐 소생술은 의사 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10분만 넘어가도 허리가 아프고 땀나고 힘이 든다.....

 

하지만 할머니가 너무

간절했다...

 

다시 집중했다...

 

하지만...이 할아버지 말고...........응급실에 들어온 다른 환자들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이병원엔 의사가 한명이냐고...도대체 아파 죽겠는데 의사는 언제보냐고....제발좀 자기들한테 와달라고...안그러면 민원넣겠다고...협박까지 했다..

 

간호사도 거들었다....CPR 한시간째에요...다른 환자도 좀 봐야되잖아요...!!

 

라고 들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다 듣지 않았다...할아버지에게만 집중했다...할머니가 간절하기도 하고 내가 잘 할 수 있으니 책임져 주고 싶었다....

 

다시 살리고 싶었다...

 

살리고 싶은 내 욕심이 더 간절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여분 더 CPR을 지속하여 심장이 다시 뛰기는 했지만...전보다도 더 심하게 약했다...분당 20회가량의 전기신호만 내고 있지...호흡도

 

맥박도 없었다...

 

더 이상은 의미가 없어보였다....할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이제 의식이 깨거나 심장이 제대로 뛸 가능성은 "제로"라고...

 

 

할머니는 우셨다....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손을 붙잡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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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는 심폐소생술CPR교육이 거의 안되어 있다...119응급구조사들도 잘 못한다...
 
1-1 CPR하는 법을 몰라서 안타깝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witnessed arrest(목격된 심정지)의 경우 시간이 지난 심정지에 비해 소생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할 줄 모른다...


 영화에서 물에빠진 이쁜 여자 입에 대고 인공호흡하는게 심폐소생술인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제대로 할 줄 모르고 제대로 배워 본적도 없다...


 성우 장정진씨가 목에 떡이 걸려 죽었을 때나 야구선수 임수혁이 심장마비 상태로 처치가 늦어져 현재 의식불명인 것은 다 그런 이유다..


 누구나 CPR을 할 줄 알아야 한다.-->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교육

 

 

1-2 119구조사들은 심폐소생술및 여타 응급처치 법을 공부하고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그러나 하지 않는다...왜?


 예전에 우리병원에 실습왔던 구조사들에게 물었다...삼장마비인 사람을 왜 아무처치도 하지 않고 병원에 데려오냐고...할줄알면서..


 대답은 이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응급구조사가 무엇을 하려고 들면 빨리 병원에나 가자고 소리친단다....구조사가 환자에게 처치를 하느라 이송이 늦어지면 큰일 날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래서 구조사들은 환자를 병원에 그냥 데려올 수 밖에 없단다....하지만 심장 마비 환자의 경우 심정지-CPR 사이의 시간이 짧을 수록
 예후가 좋다...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말린단다...

 

2.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제일 아픈 줄 안다...

 의사가 환자의 중증도와 응급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주는 것이 미안하긴 한데....


 내앞에서 숨넘어가는 환자가 더 급하다...죽을 똥 살 똥하는 사람들이 더 급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5000만 국민은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프고 내 눈안의 티가 가장불편하다..."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보고있는 의사의 마음을 몰라준다....나만 안아프면 된단다...

 

3. 할머니의 입장이 되어봤다...
 우리 아버지가 쓰러져 어머니가 같은 입장이었더라면....아니 내가 우리 어머니의 입장이었다면.....
 되든 안되든 끝까지 해달라고 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중에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사람도 많다...병원에 죽어서 들어와서 심폐소생술 열심히 해서 살아서 걸어서 퇴원하는 사람은 대략 1~2%에 지나지 않는다....


 심정지 시간이 길어 의식이 깨지 않지만 퇴원가능한 컨디션으로 퇴원하는 환자의 보호자들 중에....왜 살려놔서 가족들 고생시키냐며 화내는 사람도 있고..


 컨디션이 안좋아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환자의 보호자의 경우 왜 살려놔서 돈 많이 들게 하냐며 인공호흡기 떼고 집으로 가게 해달라고 화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나의 안타까움도 할머니랑 마찬가지이지만.....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다...의사는 신이 아니다...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써볼 뿐
 100%도 없고....그럴 능력도 없다...

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