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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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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23:04

2009. 6. 14. 23:10 응급실24




 

사체 발생 보고서에

 

"우재혁"

 

하고 사인을 하는 것은 늘상 괴롭다.

 

응급실에서 자주 보는 응급실 내원 환자의 사망..

 

누구에게는 아버지나 어머니일 수도, 남편이나 부인일수도, 아들, 딸일수도...

 

 

그렇기 때문에 내 눈앞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사망 선언을 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일이다

 

내 부모, 자식이 저 환자라면 내 마음은 어떨지...

 

병원에 죽어서 들어온 DOA(death on arrival)이라면 조금 덜하지만

 

내원시에는 죽지 않은 상태였으나 응급실이나 병동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늘 씁슬하다.

 


오늘

 

 

봄비 후 다가온 차가운 바람마냥 그 가족이나 내 마음은 횡한 기분으로 가득찬다.

 

몸의 차가움이야 옷깃을 여며 막으려 애써 볼 수 있으나

 

내 가족의 죽음에서 오는 싸늘한 시신과 싸늘한 마음은 덜어낼 방법이 없다.

 

 


내가 응급의학과를 택한 이유가

 

죽은 사람도 살릴 줄 아는 의사

 

"진짜 의사"

라는 것이었는데

 

 

오늘은 내 앞에서 누군가의 아버지가 죽고 말았다.

 

응급실에 들어올 때부터 일견 봐도 상태가 안좋아보여서

그 환자를 담당하고 있던 후배에게 잘 보라고 주지를 시켜놓았는데

 

결국은 우리가 손써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네명의 의사가 달라 붙어

 

구슬땀을 흘리며

 

심폐소생술을 2시간 가량했어도

 

잠시 ROSC(심장마비가 왔다가 다시 혈액 순환이 회복되는것)되기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하늘은 맑고 높지만

싸늘한 봄 바람을 맞은 듯 마음은 시려온다

우울함을 달래려 쓰디쓴 커피를 마셔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강한 속쓰림 뿐이다.

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