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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MDrmetal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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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3. 20:39 응급실24




 <google 이미지에서 퍼옴>

 

 

"응급실 이용 불편사항"

 

이 접수가 되면 늘 심기가 불편하다

 

나뿐이 아니라 다른 레지던트는 물론 여러 교수님과 주임과장님, 아니 병원 윗선까지 모두다 불편해한다.

 

 

 

오늘 들어온 불만사항은

"진료를 하러 온 의사가 진료중에 껌을 좌악좌악 질겅질겅 씹어서 불쾌했다!"

였다..

 

허걱


나도 예전에 몇 번 그런적 있는데...

 

왜냐면 우리는 24시간 눈뜨고 있고 24시간 돌아다니며 진료하고 24시간 말을 하고 설명을 하기 때문에

근무하다가 새벽 시간이 되면 입에서 단내가 나고 자주 이를 닦아도 의사인 나 스스로 내 입에 문제가 있나 의심할 정도로 입냄새에 대해 민감해 진다. 그래서 껌을 씹은 경우가 몇 번 있는데 보기 안좋을것 같아 그만두었다.

 

우리 후배가 껌 씹다 환자에게 불쾌감을 주었나 보다..

허허..

 

 

 


예전에 아침 시간에 주임과장님께서 응급실 회진을 도시는데 조크를 하신적이 있다.

 

"회진시간에 여러분이 환자 브리핑 할때 내가 왜 모니터만 쳐다보는지 알아?
사람 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날새고 아침에 회진 도는 여러분 입에서
악취가 풍겨서 고개를 안돌린다....이놈들아"

 

 

 

 

 

진리다...

 

아무리 닦고 헹구어 내도 잘안된다. 24시간 고된 근무로 약간 탈수가 되어 입도 말라 입냄새 없는 사람도

입냄새 나게 되어있다.

 

우리 레지던트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입이 말라 약간의

입 냄새는 누구나 난다...ㅎㅎ


 

 

 

이전에 들어왔던 다른 불만 사항은

 

"어떻게 의사가 환자보러 오면서 담배 냄새를 풍기면서 오냐??이해가 안된다"

 

였다...

 

 

안그래도 담배피는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들은 신경을 쓴다. 아예 끊지 못하기에 담배 태우고 나서

환자 앞에 가기 전에 꼭 손 씻고 향이 좋은 로션을 바르고 입을 헹구거나 물을 마시고 간다.

환자들이 싫어할까봐...

 

 


 

우리도 나름 이런 노력 하는데 이런 것들이 불만사항으로 들어오면 기운이 약간 빠지긴 한다...이해를 해달라고 말할 게재도 안된다...


 

 

 

나 어렸을 적
병원에 가서 보면
의사선생님이 1분 만나주고 반말로 찍찍 말하고

대강 만져보고

약처방받고

집에 가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고맙다고 꾸벅 절을 하고 집에 갔더랬다.

 

 

이게 절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잘못된 과거 의사들의 태도이다.


 

 

의대시절

"의료 서비스"라는 말을 접하고 사뭇 놀랐던 적이 있다.

 

내가 의대에 오기 전에 만났던 의사들은 서비스라는 단어를 알기나 할런지...잘 모르겠다.

 

 

 

지금은 참 많이 변했다.

의사를 동네 아는 아저씨 마냥 대하기도 하고 껌씹는다고, 담배냄새 난다고 불쾌해 하기도 하고..

 

 

 

앞으로 "서비스"를 위해 더 노력해야겠지만

 

 

누군가 말하는 "숭고한 직업인"이기 이전에

 

의사도 사람임을 약간은 이해해주면 더 고맙겠다.

 

 

 

 

밥먹고 환자 대하러 가기전에 내 입에서 반찬 냄새 날까봐 꼭 이 닦고 간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 21:25 응급실24




사실 제목이 좀 웃기긴 하나

 

바쁘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환자 한명 한명이 다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의사나 간호사랑 좋은 관계를 유지해 좋게 치료받고 귀가하거나 입원하는 환자도 있는가 하면

 

의료인들과 마찰을 일으켜 기분이 상해 집에 가는 사람도 있다.

 

응급실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로서 인정받고 대접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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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접수를 한다

 복잡한 응급실 환경에서 누가 들어오고 나갔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접수를 하지 않으면 더구나

 

누가 왔는지 알수가 없다. 접수를 해서 환자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줘야 진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

 

을 의료진이 알 수 있다.

 

 

 

2. 기다린다.

 모두 아픈 사람이기 때문에 나만 급하다 생각하면 안된다. 나보다 더 급한 환자도 있고 나보다 경증인 환자

 

도 있다. 중증도에 대해서는 의사가 판단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본인이 제일 아프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여 빨리 진료를 봐달라고 소리침(소위 acting)하면 의사나 간호사가 빨리 가보기는 하겠지만

 

안그래도 분주한 환경이기 때문에 큰 소리가 나는 환자는 빨리 잠재우고자 해서 첫 만남에 제대로 환자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비싼 돈 내고 대충 진료 받기는 싫지 않지 않나? 의사나 간호사도 사람이기에 괴

 

롭히는 환자는 빨리 조용히 시키고 싶은 마음을 갖고 약간(?) 성의가 떨어질 수도 있다.

 

 

 

3. 너무 많은 요구를 하지 말라.

 

 분주한 응급실 상황에서 자꾸 의료진을 불러내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귀찮아하고 질려 할 수 있다. 본인이

 

호소하는 것과 불편한 위주로 말하되 너무 자주 말을 걸면 오히려 힘들고 귀찮아 하게 될수 있다.

 

 

 

4.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

 

 환자랑 말이 가끔 안통하는 것이 있다. 배가 아프다고 해서 배에 대한 것을 물어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2년전 목이 아파 병원에서 무슨 약을 먹었네 어쨌네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가

 

하는 말을 걸러듣게 된다. 주로 1~2주 사이에 있었던 증상을 위주로 말하는 게 좋다.

 

 

 

5. 진료 후에 고맙다는 말을 남기자

 의료진도 사람인지라 본인에게 고마워하면

 

 의료진 스스로는 환자를 일이라고 생각하고 환자를 대했을 지언정

 

 고맙다는 말을 하면 좀더 잘해주고 싶어지는 이상한 인정(?)이 생긴다.

 

 

6. 돈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하지 말자

 

 응급실 의사들은 다 봉급쟁이다. 특히나 큰 병원으로 갈 수록 더하다.

 

 봉급쟁이는 환자에게 CT를 찍게 하거나 어떤 비싼 약물을 썼다고 해서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필요해서 검사를 하자는 것이고 투약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저는 봉급쟁이에요. 환자분 검사는 필요해서 하는 거지 저한테 10원짜리 하나 안떨어져요!"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퇴원하면서 의사나 간호사에게 진료비가 얼마 나왔는지 묻지 말자. 환자 진료비는 신경 안쓰고(?엄밀히 말하면 너무 비용 많이 나올 것 같은 것은 안하려고 하고 꼭 해야 하면 동의를 받는 것이 의료진이다. ) 진료만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얼마 나왔는지 주사가 얼마인지, 검사 비용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진료비를 물어봤자 잘 모른다. 진료비는 퇴원할 때 원무과에서 수납하면서 물어보면 된다.

 

 

7. 집에 가라 그러면 고맙습니다 해야지 왜 집에 그냥 보내냐고 따지지 말자

 

의사들의 고충 중의 하나가

"이 환자를 귀가시켰다가 문제 생기면 어쩌지?"

라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귀가 결정을 내렸다면, 또는 경증이라서 내일 외래로 오라 그런 경우는

 

본인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구나 하면서 고마워 해야한다.

 

의사들은 수분~수시간동안 환자를 보고 퇴원 결정을 하는 것에 굉장히 부담을 가지고 있다. 집에 보냈다가

 

잘못되면 큰일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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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생각 나는 것은 이것이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응급실에서 4년째 일하고 있으면서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것들을 나열

 

한 것입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나 보호자와 따뜻한 관계를 갖고 싶어합니다. 노력도 하지만 워낙 의사에 대한

 

인식이 나빠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아서 참으로 어렵습니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 21:22 응급실24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의사가 부족하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환자 얼굴보는 시간이 2~3분밖에 안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 보험 공단이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뭐 지금 당장 고쳐지기는 힘들겠지만...

현실은 너무 암담하다

 

한 1~2주 전인가

70대 할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왔다

과거에 본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심장수술을 하여

심장의 기능이 정상인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분이었다

금번에 내원한 이유는

기력이 없다......

머 아주 응급이 아닌 것처럼 보일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혈당이 심하게 올라가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몸의 산증이 심해진 상태였다.
(우리 세계 말로는 DKA, 탈수나 감염으로 인해 몸의 조절기능이 흐트러져 당조절 및 대사 기능이 안되는 상태이다)

 

 

포카리 스웨트가 처음 나왔을 때 우리몸은 약알칼리성이라하며 알카리 이온수

몸이 원하는 물. 포카리 스웨트라고 광고했었다.

 

 

그렇다 우리몸은 원래 정상적으로 중성에서 약 알칼리성을 띤다

하지만 환자의 경우 심한 산성으로 변해있었다.

그래서 환자에게 수액치료 등을 시행해 산증을 교정하는 치료를 한 뒤

해당과인 내분비 내과에 연결을 하였고

내과에서는 내과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라고 보호자와 환자에게 지시를 하였다.

 

 


그러나

환자와 보호자는

무조건 흉부외과로 입원을 시켜달라 하였다.

 

 

그 이유는 환자의 경우 흉부외과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고 심장 기능이 다른사람의 절반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담당 교수님이 계시기 때문에 무조건 흉부외과로 입원을 시켜 달란다

하지만 DKA의 경우 외과의사가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내과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드물게 혈액투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내과로 입원하는 것이 맞는데

죽는 한이 있더라고 흉부외과에 입원을 시켜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과에서도 본인들이 치료하는 것이 맞다며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다가

보호자와 의사 모두 기분이 상했다

 

 

결국 보호자는 응급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응급의학과에서 개입을 했다

 

이래저래 설명을 하여 내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으나 보호자들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우리는 마지막 카드를 들었다. 암울한 의료계의 현실을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병원에는 흉부외과 의사가 없었요. 낮에는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밤에는 당직의사가 없는 날이 많습니다.
환자분이 입원해서 상태 안좋아지면 봐줄 의사가 없습니다. 밤에 안좋아지면 잘못하면 그냥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그랬더니 보호자 曰

"어제도 외래진료 보고 갔는데 흉부외과 의사가 없다니 말이 되냐고!!!
인천에서 가장 큰 병원에 흉부외과 의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도대체 그러면 응급으로 심장 수술 해야되는 사람을 수술 못한다면 이 큰 병원의 기능은 뭐냐고!!
무조건 흉부외과로 입원시켜 주고 안그러면 집에 가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집에 가겠다고!!"

 

란다...

 

 

"저도 보호자분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흉부외과 의사가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에요!"


의사입장에서는 죽으라고 집에 보낼 수는 없다.

결국 보호자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하루종일 수술하고 새벽에 겨우 주무시고 계시는 50대 흉부외과 교수님께 연락이 겨우겨우 되어

환자는 흉부외과로 입원을 하였다.

그 후 어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에는 흉부외과, 외과 등 major surgeon이 너무 적다.

 

 

그래서 이런 드라마가 더 조명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일반인도 알다시피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죽을 위험성이 크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복부의 심한 타박으로 내부 장기의 출혈이 생기면 죽을 위험성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위험한 상태를 극복해보고자 시도하는 외과적 수술이 환자 상태를 호전시킬 수도 있지만

의사로서 힘써보지도 못한 채 환자는 죽을 수도 있다.

수술대에 환자를 올려놓다가 수술은 시작도 못한 채 심장마비가 와서 죽을 수도 있고

대량의 복강 내 출혈로 인해 수술실에 가는 길에 환자에게 손도 못써보고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위험한 수술을 해서 환자를 살리면 그 희열이야 너무도 크겠지만

이런 수술을 시도하다가 환자가 죽으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의사에게 묻는다. 아니 따진다

그게 현 시점의 대한민국 의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들 위험한 수술을 감당하려 하겠는가...

 

우리과에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 병원 GS(일반외과)는 surgeon도 아니야. major trauma(중증 외상)환자를 수술대에 올리는 걸 꺼리는 것 같아"

 

우리 응급의학과 입장에서는 빨리 수술하여 환자가 해결되면 좋긴 하겠으나,

수술 안하면 곧 죽고, 수술해도 죽을 가능성 높은 환자를 수술대에 올리는 외과의사의 심정이란....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트레이닝 기간에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하루종일 서있어

힘든데도 사명감으로 외과를 선택한 의사 조차도


이런 부담감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trauma surgeon(외상 전문 외과 의사)은 안하려 하고

위험 부담감이 큰 흉부외과는 의사들이 기피하게 되었다.

 

이전에 듣기로 산부인과 의사들끼리 이런 말을 한단다(산부인과도 요새는 기피과 중에 하나다. 출산율 저하, 위험성 있는 수술, 낮은 수가 등등의 원인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 좀 모아가는 것 같으면 꼭 소송 당해서 벌어 놓은 돈 다 까먹는다. 이거 뭐 컴퓨터 reset도 아니고...쩝.."

 

지금은 의사가 성심 성의껏 열정을 다해 진료하기에 버거운 시대이다.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려하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책임을 묻고, 그 책임에 대한 보상을 위해 드는 돈을 의사 월급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부담감이 적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로만 의학도가 몰리고 있다.

 

진짜 죽을 똥 살 똥 하는 환자를 살리는 진짜 의사가 줄어들고 있다.

 

현실적인 의료 수가 제도와 탄탄한 보험 재정이 뒷바침되지 않아 의사에게 쥐어지는 돈이 얼마되지 않는다면

위험 부담큰 외과 등의 의사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며(소송 당하면 거덜나니깐)

우리나라 사람들은

심장질환으로 수술이 필요하거나 아이를 낳으려 제왕절개를 받기 위해 외국에 가서 비싼 돈 내고 수술을 받아야되고

교통사고가 나서 복부를 다치면 그냥 죽어야 한다.


지금은 의사와 환자가 다 손해보는 시대이다

그러나 이 둘 누구도 책임이 없다.


탁상공론 중인 공무원과 비현실적 의료 수가, 보험 체계의 책임이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 21:02 응급실24




어제 응급실에 74세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원래 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데
    --아직 이 병은 치료 법이 없다...증상조절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까지만...가능하다..

3일전부터 호흡곤란이 있었단다....

 

그래서 어제 아침에 병원에 오려고 하던 중 할머니 앞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단다..

 

당황한 할머니가 119에 신고를 했고....

119대원 손에 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내원 당시 환자는 이미 시체였다....호흡 맥박이 없으면 죽은 거다...송장이다....

119대원은 뭘했는지 환자를 싣고만 왔다....

 

그래서 환자를 보자마자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intubation(기도삽관-종합병원2에 보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가 자기가 못해서 어버버하다가 윗년차 선생님 불러달라고 하는 그거..._)를 바로 하고-------------물론 난 한번에 했다...

 

심장 압박에 들어갔다....

 

심폐소생술을 한지 대략 15분만에 할아버지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고....기뻐서 할머니에게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응급의학을 하게된 계기가 이거다...내 눈앞에 죽어서 나타난 사람을 살아나게 할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다른 과 의사는 못하는..

 

하지만 심장 박동은 오래가지 못했다...한번 멎은 심장은 약해져서 금방 다시 멎을 가능성이 많다...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그 이후 같은 상황이 여러차례 반복되었다...심실세동(수전증환자가 손이 떨려서 손을 못쓰는 것처럼 심장이 부들부들 떨어

혈액순환을 제대로 못시키는 상태) 지속되어 수많은 약제와 defibrillation(제세동-영화에서 보면 전기 충격주는거)를 20여 차례 시행했다...

 

 

 

결국 1시간 남짓 지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하지만 기능은 약했다...스스로 제대로 뛸 능력이 없어서 강심제를 투여했으나....혈압은 유지되지 않았고....다시 심장마비가 왔다...

 

 

사실 심장마비가 5분이상 지속되면 우리 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뇌brain이다...시간이 길어질 수록 뇌손상이 심해져서 의식이 깰 가능성은 줄어든다..마찬 가지로 심장기능도 떨어진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다시 하며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살아나시기 힘들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우셨다..

70여년을 자식 대학보내고 키우느라 농사짓고 힘들게 살아오다...이제야 자식들 자리 잡고 봉양 받을 때가 되어가는데....병때문에 고생만하다가

이렇게 가시면 안된다고....서울에 있는 자식들 얼굴도 못보고 가게 할 수는 없다고....이제 둘이 살만해졌는데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제발 더 해달라고....예전에도 "가슴누르는 것"해서 살아난 적 있었다고....제발 살려달라고....

내 손을 잡았다.....

 

 

그래서 고민했다....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는 이 심폐소생술을 계속해야 할까....

 


다시 시작했다....심폐 소생술은 의사 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10분만 넘어가도 허리가 아프고 땀나고 힘이 든다.....

 

하지만 할머니가 너무

간절했다...

 

다시 집중했다...

 

하지만...이 할아버지 말고...........응급실에 들어온 다른 환자들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이병원엔 의사가 한명이냐고...도대체 아파 죽겠는데 의사는 언제보냐고....제발좀 자기들한테 와달라고...안그러면 민원넣겠다고...협박까지 했다..

 

간호사도 거들었다....CPR 한시간째에요...다른 환자도 좀 봐야되잖아요...!!

 

라고 들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다 듣지 않았다...할아버지에게만 집중했다...할머니가 간절하기도 하고 내가 잘 할 수 있으니 책임져 주고 싶었다....

 

다시 살리고 싶었다...

 

살리고 싶은 내 욕심이 더 간절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여분 더 CPR을 지속하여 심장이 다시 뛰기는 했지만...전보다도 더 심하게 약했다...분당 20회가량의 전기신호만 내고 있지...호흡도

 

맥박도 없었다...

 

더 이상은 의미가 없어보였다....할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이제 의식이 깨거나 심장이 제대로 뛸 가능성은 "제로"라고...

 

 

할머니는 우셨다....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손을 붙잡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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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는 심폐소생술CPR교육이 거의 안되어 있다...119응급구조사들도 잘 못한다...
 
1-1 CPR하는 법을 몰라서 안타깝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witnessed arrest(목격된 심정지)의 경우 시간이 지난 심정지에 비해 소생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할 줄 모른다...


 영화에서 물에빠진 이쁜 여자 입에 대고 인공호흡하는게 심폐소생술인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제대로 할 줄 모르고 제대로 배워 본적도 없다...


 성우 장정진씨가 목에 떡이 걸려 죽었을 때나 야구선수 임수혁이 심장마비 상태로 처치가 늦어져 현재 의식불명인 것은 다 그런 이유다..


 누구나 CPR을 할 줄 알아야 한다.-->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교육

 

 

1-2 119구조사들은 심폐소생술및 여타 응급처치 법을 공부하고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그러나 하지 않는다...왜?


 예전에 우리병원에 실습왔던 구조사들에게 물었다...삼장마비인 사람을 왜 아무처치도 하지 않고 병원에 데려오냐고...할줄알면서..


 대답은 이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응급구조사가 무엇을 하려고 들면 빨리 병원에나 가자고 소리친단다....구조사가 환자에게 처치를 하느라 이송이 늦어지면 큰일 날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래서 구조사들은 환자를 병원에 그냥 데려올 수 밖에 없단다....하지만 심장 마비 환자의 경우 심정지-CPR 사이의 시간이 짧을 수록
 예후가 좋다...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말린단다...

 

2.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제일 아픈 줄 안다...

 의사가 환자의 중증도와 응급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주는 것이 미안하긴 한데....


 내앞에서 숨넘어가는 환자가 더 급하다...죽을 똥 살 똥하는 사람들이 더 급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5000만 국민은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프고 내 눈안의 티가 가장불편하다..."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보고있는 의사의 마음을 몰라준다....나만 안아프면 된단다...

 

3. 할머니의 입장이 되어봤다...
 우리 아버지가 쓰러져 어머니가 같은 입장이었더라면....아니 내가 우리 어머니의 입장이었다면.....
 되든 안되든 끝까지 해달라고 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중에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사람도 많다...병원에 죽어서 들어와서 심폐소생술 열심히 해서 살아서 걸어서 퇴원하는 사람은 대략 1~2%에 지나지 않는다....


 심정지 시간이 길어 의식이 깨지 않지만 퇴원가능한 컨디션으로 퇴원하는 환자의 보호자들 중에....왜 살려놔서 가족들 고생시키냐며 화내는 사람도 있고..


 컨디션이 안좋아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환자의 보호자의 경우 왜 살려놔서 돈 많이 들게 하냐며 인공호흡기 떼고 집으로 가게 해달라고 화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나의 안타까움도 할머니랑 마찬가지이지만.....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다...의사는 신이 아니다...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써볼 뿐
 100%도 없고....그럴 능력도 없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 20:55 응급실24




나는

 

사람들이

너무 아프고

힘들때

찾는 곳

 

응급실을 전담하는

 

응급의학과 의사

 

사람들은 나를 그냥 의사라고만 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뻔한 의사

돈이나 밝히고 사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지 혼자 살려고 아둥바둥하는

그런 이기주의자

의사


하지만 나 스스로 그런 것들을 깨뜨리고 싶고

최소한 나 그리고 나 주변의 의사들만은

그렇지 않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저 의사라 그러면

이기주의자들

환자는 생각하지도 않는 나쁜 놈들

알아먹기도 어려운 의학용어나 지껄이면서

환자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그런...말들하면서

잘난척 하는 놈들


하지만 나는 그런 의사이고 싶지도 않고
내가 그런 의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만약 저 환자처럼 아프다면
내 부모나 형제가 저 환자랑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든 이해해주고 싶고 나를 이해시키고 싶고

 

서로의 라뽀(rapport-의사와 환자사이의 신뢰?관계?그런거)를 돈독하게

하여 Win-Win하는 관계이고 싶다.

 

내가 내 블로그에서 하고자 하는 말들도 다 같은 맥락의 내용들이다.

 

내가 환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환자도 이런 의사들의 모습을 이해해줬으면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응급실은 모든 환자가 irritable한(예민한?) 곳이다
아니 아파서 왔는데 너무 정신없고 시끄럽고 비좁은 공간이라서
irritable해질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그런 환자들만 대하고 있으니
의사도 피곤하고 지치고 irritable해질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스스로를 다스리려 해봐도 환자의 목소리가 커지면

의사도 똑같이 변한다...사람이기 때문에...

 

하지만 지난 몇년간 나 스스로를 다스리려고 해왔고

지금은 그나마 환자들과 싸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환자나 의사나 모두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신뢰가 깨진다면 치료는 물론이거니와

심적인 부담감으로 모든 상황이 안좋게만 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곳이 응급실이다.

 

앞으로도 현재 의료현실과 의사-환자와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서로 더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을 내 블로그에 담고자 한다.

 

사람들은 병원과 의사를 굉장히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그래서 "종합병원"이나 "ER"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지 않나 싶다

 

그 신기함을 없애고

 

환자-의사-사회가 서로 알고 이해하게 하고 싶어

 

블로그에 글을 담으려 한다.

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