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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MDrmetal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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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7. 10:38 응급실24




날밤 꼬박 새고 근무하고 돌아왔는데도 잠은 절대 안오고 분하고 억울해서....

 



오늘의 일화는 이러하다

 

새벽 6시 10분경 환자가 들어왔다. 딱 보기에 어디서 운동 깨나 하셨는지 덩치는 어디서 많이 본 형님같이 생겼다.

사고 내용은 깨진 병에 팔뚝을 찔려 응급실에 왔고

진찰해본 결과 팔목의 움직임이 떨어져있고

상처는 팔목을 움직이는 근육의 40%정도가 잘린 상태였다.

일단 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이 되어 깨끗하게 세척과 소독을 한 뒤 지혈을 하고 붕대를 감아놓고 파상
풍 주사등을 주고 응급처치를 했다.





그리고 정형외과에 협진을 할 것을 이야기 했더니 빨리 부르라고 소리를 치며 난리다. 응급실 온지 5분내에 모든 처치를 해주었건만...

 




6시 20분;

웃통을 벗어던지더니 가슴팍에 조잡한 용 문신 하나가 드러났다.

그러더니 왜 아무처치를 안해주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래 저래 응급처치는 다되었고 수술은 아주 급한 것은 아니라서 조금 기다려도 된다고 안심을 시키고

정형외과가 현재 회의중이라서 조금 기다려줘야 한다고 부탁했는데

개새X, 말새Z하면서 계속을 욕을 해대며 왜 안오냐고 난리다


병원 보안요원이 들어와서 제지를 하고 비슷한 덩치의 보호자들이 제지를 하였다.전혀 수그러 들지 않는다.





 

6시 40분깨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맞고 있던 수액 주사 라인을 뽑아 그 부위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환자 침대를 걷어차고 벽을 걷어차고 나를 비롯한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발길질을 했다.

 

그러더니 내가 들어온지 "1시간>>??""이 됐는데 아무 처치 안하고 뭘 하냐며 또 개x끼 말X끼 X랄X잘한다.

피흐르는 손으로 내팔을 잡아 채더니 나를 집어던질듯이 힘을 주어 뿌리치고 발길질이다.

그러고는 자기 침상의 시트를 빼들더니 옆에서 조용히 누워 얼굴을 꿰메고 있던 환자와 성형외과 의사를

후려 친다.

 

그 옆의 환자가 뭔 죄라고?....쓰읍

 

결국 진정이 안되어 생명의 위협을 느낀 우리는

외상처치실에 보호자와 환자, 보안요원만 두고 옆의 환자는 다른 곳으로 옮긴 뒤

처치실 문을 닫았더니 더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정형외과에 빨리 와달라고 진작부터 서너번 얘기하고 부탁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했다.

 

7시 20분 경 정형외과 의사가 왓는데

그사이 환자는 병원 침상과 진료용 컴퓨터 모니터를 발로 차서 떨어뜨린 뒤 밖에 나갔다.



 

우리는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를 했고

 

7시 40분경 어리숙한 아저씨 경찰 두명이 왔다.

그리고 보호자가 환자를 달래어 다시 응급실로 들어왓다.

경찰이 오니 그 새X는 졸린 닭마냥 조용해졌다.


 

경찰관은 자초지종을 듣고는 피해상황이 뭐냐고 물었다.

 

"우리는 이래 이래 위협을 당했고 컴퓨터는 손상받았지만 다행히 고장나지는 않았어요"

 

경찰관은 알겠다고 하더니 한 2~3분 환자 옆에 서있다가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니깐 미친 X는 계속 소리를 지르며 또 난리다.



 

그래서 다시 경찰을 찾았더니 돌아가려고 주차장 근처에서 서성 거리고 있다. 거참나...

 

왜 가려고 하냐고 물었더니

 

물적 피해도 없고 다친 사람도 없고 그 새X도 조용해졌으니 상황 종료된 것 같아서 가려고 했단다....

 

나참내....어이가 없어서..여태 있었던 일은???그리고 앞으로는 어쩌라고??

 

나를 비롯한 동료들은 심장이 벌렁거리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데 그냥 가겠단다.

 

"도대체 우리는 시민아니에요?시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되는거 아니에요?저사람이 우리 죽일 듯이 위협해서 우리가 보호요청했으면 보호를 해주고 가야 할 것 아니에요!"-간호사

 

"아니 이제 상황 종료 된 것 같아서 갈라고...."-빙시 경찰관

 

이렇게 경찰관에게 따졌다.

 

그랬더니 똑같은 말만 되풀이다. 응급실내에서 똘아이가 의사나 간호사 죽이면 그 때 출동하려는 것인가?

길가에서 칼 들고 행인 위협하는 사람 있으면 경찰은 그냥 보고있다가 누구 하나 죽어야 움직이는 건가?

 

어이가 없다

 

 

응급실에서 난동을 피워 주변 환자 진료에 피해를 주거나 의료진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5년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게 되어있다.

 

그러나 오늘 경찰은 무고한 시민의 하나인 응급실 의료진을 버리고 그냥 갔다.

내가 그 미X개를 처벌해달라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조차 해주지 않고 떠났다.

 

진작에 그 경찰관 이름과 소속을 알아두었어야 하는데...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내가 가운만 안입고 있었으면 아니 경험없는 의사였다면 한판 붙었을 지도 모른다는...

그러면 나도 피해를 보기에 참았다.

 

그 놈과 싸워 똑같이 미친X가 되기는 싫어 참았지만

 

경찰은 그냥 두고 간다.

앞으로는 그냥 이런 환자 있으면 경찰을 무조건 부를까?

 

의료진의 안위에 관심이 없는 경찰을 가지고 해결이나 되겠어?

 

사람 죽일 듯이 위협하는 건 범죄도 아닌가?



세금내서 경찰 월급은 뭐하러 주냐

간단한 법규 위반해도 벌금 몇 백 만원씩 뜯어 가면서

사람 줄일듯이 달려들어도 쳐다도 안보고 가는데

 

씁쓸하구만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7. 5. 22:18 응급실24




갑자기 내가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학교 때 채변 검사 할때 내 응X를 젓가락으로 집어 봉투에 넣는 것 조차 싫어했던 내가...

 

 

 

 

이전에 그런 일이 있다.

 

간성 혼수(간이 안좋아 암모니아 대사가 안되어 몸에 암모니아가 쌓여 의식 불명이 되는 병)

환자가 의식은 없고

응급실에서 간성 혼수를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관장!뿐이다.

 

의식없는 환자들은 관장약이 들어간 뒤 참지를 못하고 금방 배변을 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관장약을 똥X에 넣은 뒤 보호자에게 장갑과 거즈를 주고 똥X를 틀어막으라고 하던가 아니면

의사나 간호사가 여력이 되면 똥X를 틀어막기도 한다.

 

한번은 간성혼수 환자에게 관장을 해주고 보호자가 잠깐 나간다고 해서 옆에 있던 내가 똥X를 막고 있다가

다른 환자가 많아서 간호사에게 바톤 터치를 해주려고 하는데

그 찰나를 환자가 참지 못했다

 

 

 

 

 

뿌지직~~~

 

 

응아를 해버렸다.

 

관장약이 섞였으니 당연히 묽은 또옹이다.

 

 

 

 

 

내 팔과 가운에 튀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간호사 팔에도 튀어 간호사는 시계!!에 응아가 떡하니 붙어버렸다.ㅠ

 

 

 

간호사와 나...둘다 굳어버렸다....(이땐 겨우 1년차 밖에 안되었더랬지...)

울상이 되었으나 곧 보호자가 돌아오는 바람에 다시 표정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환자에게서 돌아서 나오자 마자 가운을 갈아입고 비누로 세번 네번을 응아 묻은 내 팔을 빡빡 비벼 닦았다.ㅠㅠ

하지만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은 저녁에 밥을 먹을 맛도 안났다. 히유~

 

그런 일이 있은 후 간호사가 퇴근하기 전에

 

"괜찮아요??비싼 시계 같던데?"

 

라고 했더니

 

간호사가 말한다...

 

 

 

"제 시계 아닌데요 머 빌린거에요...캬하하하하~~~"

 

ㅜ.ㅡ,

 

시계 주인은 아마 잘 닦아서 돌려받을테니 응아가 묻었단 사실을 모르겠지 ㅎㅎ

 

 

 

어쨌든 1년차 때는 찝찝함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바빠서 그냥 슥삭 닦고 다시 진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내 손에 주변사람이나 내 응아나 침이 묻는 것

 

밥알 튀는 것도 싫지만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채혈하다 환자 피가 내 손에 묻어도

 

상처를 꿰메다가 환자 피가 내 안경에 튀어도

 

이제는 환자 입에서 가래가 튀어서 나와

 

내 얼굴에 튀거나 내 입에 들어가도

 

환자가 구토한게 머리까지 튀어 뒤집어 써도

 

그냥 그런갑다 해버린다....오호

 

 

 

다른 사람 또옹을 만지고도 비누로 한번 손씻고 그 손으로 밥을 떠먹고

 

남의 발 만진 손으로 담배를 들어 물고...

 

많이 변한 것인지 무뎌진 것인지..

 

이상하게도 환자 몸에서 나온 것이나 환자 몸에 묻어 있는 것들은 이제 별로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간염환자 응아나 침, 피가 내 몸에 닿으면 나도 간염이 걸릴 수 있고

 

결핵환자 가래가 내 입으로 들어가면 나도 결핵환자가 될 수 있지만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해버리고 있다...

 

 

실질적인 보호장구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마스크 쓰고 진료하면 보호자나 환자가 자기를 싫어하나 하고 생각할까봐

 

마스크조차도 잘 안쓰게 되고...

 

 

그냥 의사라서...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24. 22:53 응급실24




 

사람들은 의사 사회는 도제식라고 말한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사실

 

나도 인턴 때, 1년차 때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진료를 했더랬다.

 

문제는 대중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밤에 남들 다 잘 시간에 병원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서

 

"전문의 만날수 있나요?"

"그 병원 가면 인턴만 있는 거 아니에요?"

 

라고

 

한다.

 

사실 큰 병원이야 전문의가 상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병원에는 인턴도 하지 않은 의대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의사들이 진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야 의사 가운 입고 있으면 경력, 경험이야 어쨌든 간에 모든 의사가 다 '으사 선상님', '원장님'이었지만

 

지금은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이 아니면 병원도 아니라는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턴, 레지던트가 전문의보다 서툰 것이야 당연하지만

 

의대 6년 꼬박 공부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국가에서 진료할 자격을 인정한 "의사"이다.

 

그러나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지 않으면 전문의가 될 자격조차 없다.

 

어찌보면 종합 병원에서 환자와 직접 부딪치는 사람은 인턴, 레지던트일 수 밖에 없다.

 

전문의들도 역시 과거에 어리버리하기만한 인턴, 레지던트를 했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인턴, 레지던트 training을 받은 사람들이다.

 

나를 진료하는 사람이 전문의가 아니라서 제대로 된 치료를 못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백업해주는 더 경험 많은 의사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버리한 의사에게 진료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더이상 전문의는 만들어질 수 없다.

 

자꾸 미용사에 비유를 해서 좀 그렇지만

 

미용실에서 초짜 미용사가 머리를 해주면 이상할꺼라 생각해서

 

베테랑 미용사에게만 머리를 한다면

 

내 머리를 해준 베테랑이 미용실을 떠나고 나면 초짜들만 남게 된다.

 

하지만 초짜가 손님 머리 감겨주기부터 시작해서 염색, 파마, 커트 등을 배우며

 

경험을 쌓아가면

 

그 사람이 베테랑이 되는 것이다.

 

사람 몸을 다룬다는 면에서 좀 다를 수 있지만

 

인턴, 레지던트에게 진료를 받지 않는다면 더이상 전문의는 없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4. 23:10 응급실24




 

사체 발생 보고서에

 

"우재혁"

 

하고 사인을 하는 것은 늘상 괴롭다.

 

응급실에서 자주 보는 응급실 내원 환자의 사망..

 

누구에게는 아버지나 어머니일 수도, 남편이나 부인일수도, 아들, 딸일수도...

 

 

그렇기 때문에 내 눈앞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사망 선언을 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일이다

 

내 부모, 자식이 저 환자라면 내 마음은 어떨지...

 

병원에 죽어서 들어온 DOA(death on arrival)이라면 조금 덜하지만

 

내원시에는 죽지 않은 상태였으나 응급실이나 병동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늘 씁슬하다.

 


오늘

 

 

봄비 후 다가온 차가운 바람마냥 그 가족이나 내 마음은 횡한 기분으로 가득찬다.

 

몸의 차가움이야 옷깃을 여며 막으려 애써 볼 수 있으나

 

내 가족의 죽음에서 오는 싸늘한 시신과 싸늘한 마음은 덜어낼 방법이 없다.

 

 


내가 응급의학과를 택한 이유가

 

죽은 사람도 살릴 줄 아는 의사

 

"진짜 의사"

라는 것이었는데

 

 

오늘은 내 앞에서 누군가의 아버지가 죽고 말았다.

 

응급실에 들어올 때부터 일견 봐도 상태가 안좋아보여서

그 환자를 담당하고 있던 후배에게 잘 보라고 주지를 시켜놓았는데

 

결국은 우리가 손써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네명의 의사가 달라 붙어

 

구슬땀을 흘리며

 

심폐소생술을 2시간 가량했어도

 

잠시 ROSC(심장마비가 왔다가 다시 혈액 순환이 회복되는것)되기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하늘은 맑고 높지만

싸늘한 봄 바람을 맞은 듯 마음은 시려온다

우울함을 달래려 쓰디쓴 커피를 마셔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강한 속쓰림 뿐이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9. 00:03 응급실24




한 지인에 의하면

SXm SXng 핸드폰 산 지 2달도 안되서

고장나서

A/S센터 가서 수리했는데도 계에에속 고장나서

A/S센터에서 큰소리좀 냈더니

핸드폰을 같은 기종으로 새것으로 바꿔줬대던데...


또 다른 지인에 의하면

SX BXoadXand에 TV신청했더니

설치해주겠다고 바로 전화오더니

(경쟁치열한건 다 안다...)

뭔가 확인해야한다며 연락하겠다하더니....

나흘동안 연락안와서

열받아서

다시 연락했더니

해당 센터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반응해서

오늘이라도 설치해달라고 했더니

18시 30분 지나서

기사들 퇴근할 시간이라고

절대 해줄수 없대서

열라게 성냈더니

20분뒤에 연락와서

바로 설치해주겠다고 했단다....



대한민국에선 큰소리 내서 안되는게 없지...특히나 공기업 말고 사기업의 서비스에 대해선...

(악용하진 맙시다..)



...

근데...해서는 안될것이..


<병원>에서 큰소리 내는 것이다..

병원에서

큰소리 나면

의료진 모두가 흥분해서....아니 주변에 있는 환자나 보호자 모두 흥분해서

진료할 때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의사나 간호사나 기타 관련 직종 직원들이

"대강 빨리 환자를 해결하고 싶어진다"

는 것이다......!!!




스스로 대우 받고 싶으면

큰 소리 내는 것도 가끔은 통하는 방법이지만

사람 vs 사람으로 받는 서비스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피부관리 샵에서

액팅하면

직원이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얼굴을 마구 주무를 지도 모르고


미용실에서

액팅하면

파마를 돌이킬 수 없이 미용사 멋대로 해버릴지도 모른다...





사람을 다루는 면에서


인간 존중의 의미가 강한 의료라는 직종에서는

약간은 다른 부분일지도 모르나..


의사도

사람

환자도 사람..



큰소리 내지 않고

할말만 하고

서로 예의를 갖추어 대하는게 미덕일지 모르겠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3. 20:39 응급실24




 <google 이미지에서 퍼옴>

 

 

"응급실 이용 불편사항"

 

이 접수가 되면 늘 심기가 불편하다

 

나뿐이 아니라 다른 레지던트는 물론 여러 교수님과 주임과장님, 아니 병원 윗선까지 모두다 불편해한다.

 

 

 

오늘 들어온 불만사항은

"진료를 하러 온 의사가 진료중에 껌을 좌악좌악 질겅질겅 씹어서 불쾌했다!"

였다..

 

허걱


나도 예전에 몇 번 그런적 있는데...

 

왜냐면 우리는 24시간 눈뜨고 있고 24시간 돌아다니며 진료하고 24시간 말을 하고 설명을 하기 때문에

근무하다가 새벽 시간이 되면 입에서 단내가 나고 자주 이를 닦아도 의사인 나 스스로 내 입에 문제가 있나 의심할 정도로 입냄새에 대해 민감해 진다. 그래서 껌을 씹은 경우가 몇 번 있는데 보기 안좋을것 같아 그만두었다.

 

우리 후배가 껌 씹다 환자에게 불쾌감을 주었나 보다..

허허..

 

 

 


예전에 아침 시간에 주임과장님께서 응급실 회진을 도시는데 조크를 하신적이 있다.

 

"회진시간에 여러분이 환자 브리핑 할때 내가 왜 모니터만 쳐다보는지 알아?
사람 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날새고 아침에 회진 도는 여러분 입에서
악취가 풍겨서 고개를 안돌린다....이놈들아"

 

 

 

 

 

진리다...

 

아무리 닦고 헹구어 내도 잘안된다. 24시간 고된 근무로 약간 탈수가 되어 입도 말라 입냄새 없는 사람도

입냄새 나게 되어있다.

 

우리 레지던트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입이 말라 약간의

입 냄새는 누구나 난다...ㅎㅎ


 

 

 

이전에 들어왔던 다른 불만 사항은

 

"어떻게 의사가 환자보러 오면서 담배 냄새를 풍기면서 오냐??이해가 안된다"

 

였다...

 

 

안그래도 담배피는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들은 신경을 쓴다. 아예 끊지 못하기에 담배 태우고 나서

환자 앞에 가기 전에 꼭 손 씻고 향이 좋은 로션을 바르고 입을 헹구거나 물을 마시고 간다.

환자들이 싫어할까봐...

 

 


 

우리도 나름 이런 노력 하는데 이런 것들이 불만사항으로 들어오면 기운이 약간 빠지긴 한다...이해를 해달라고 말할 게재도 안된다...


 

 

 

나 어렸을 적
병원에 가서 보면
의사선생님이 1분 만나주고 반말로 찍찍 말하고

대강 만져보고

약처방받고

집에 가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고맙다고 꾸벅 절을 하고 집에 갔더랬다.

 

 

이게 절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잘못된 과거 의사들의 태도이다.


 

 

의대시절

"의료 서비스"라는 말을 접하고 사뭇 놀랐던 적이 있다.

 

내가 의대에 오기 전에 만났던 의사들은 서비스라는 단어를 알기나 할런지...잘 모르겠다.

 

 

 

지금은 참 많이 변했다.

의사를 동네 아는 아저씨 마냥 대하기도 하고 껌씹는다고, 담배냄새 난다고 불쾌해 하기도 하고..

 

 

 

앞으로 "서비스"를 위해 더 노력해야겠지만

 

 

누군가 말하는 "숭고한 직업인"이기 이전에

 

의사도 사람임을 약간은 이해해주면 더 고맙겠다.

 

 

 

 

밥먹고 환자 대하러 가기전에 내 입에서 반찬 냄새 날까봐 꼭 이 닦고 간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 21:27 응급실24




 

너무 많이 걸었다.

 

이제는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이 아프고 저려온다

 

3년간 너무 많이 걷고 뛰고 해서일까?

 

 

이 슬리퍼는 정확히 2년 10개월전 쯤 구입을 했다.

인턴 때 응급의학과 선배들이 슬리퍼 신고다니는 것을 어찌나 부러워했는지 나도 편한 발로 병원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인턴때는 응급실에서 1개월동안 서서 일하고 나니 발이 부어서 평소 신던 구두가 잘 안맞곤 했다.

운동화를 신고 싶었지만 윗 레지던트들 눈치 보느라 그렇게 해보지도 못했다.

 

처음에 응급의학과에 들어와 1개월 풀당(거지같이 일하고 잠만 5~6시간 겨우자고 하는 기간)을 한 뒤

이제 나도 드디어 1년차구나!!나도 슬리퍼 신고 신나게 일해야지 하면서 산 슬리퍼

 

헤드에서 4~5만원 주고 산것 같다. 슬리퍼를 이 가격주고 사본 것도 처음이고 약간 날탱이스러운 것이 맘에 들었다...
살 때만 해도 나중에 바닷가 가서 신어도 좋겠네라고 생각했다는...후후

 

하지만

 

한달 두달 세달 계속 지나가면서 이 슬리퍼의 존재는 잊혀져 갔다.

하루 종일 (진짜 24시간 걷는다)걸으며 쏟아지는 환자들에게 몸은 지치지만 다가가야 했고

내가 먼저 환자에게 가지 않으면 응급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픈데 안봐주냐.....
도대체 이 응급실엔 의사가 없냐...
응급한 환자를 왜 오랫동안 방치하냐...


온갖 액팅을 받아왔다....이 슬리퍼와 함께.

그래서 빠르게 걷는 것이 몸에 익숙해졌고 정말 24시간씩 서있고 걷고 하다보니

푹신했던 밑창은 겨울철 갯벌처럼 단단해졌다.

날렵한 맛을 주던 옆부분의 푸르스름한 부분은 껍질이 벗겨져 겨울나무처럼 변했다.

 

지금 이 슬리퍼의 하얀색 부분은 약간 거무스름 해졌다.

자살하려고 약물 과다 복용을 하여 온 환자에게 charcoal(활성 숯, 약물을 흡착하여 주는 약)투여하다 환자가 구토를하여

신발에도 튀고 흰 가운에도 먹물을 흩뿌려 놓은 것처럼 숯이 묻었다.

죽겠다고 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신발따위는 나중에 물에 젖은 휴지로 한번 닦아 내면 그만이었다.

한번은 흰양말을 신고 슬리퍼를 신어 까맣게 젖은 양말을 갈아신지도 못한 채 24시간을 버텼던 적도 있다.

 

지금이야 후배들을 키워서 후배들이 잘 해주고 있어 이런 글을 쓸 여유도 생겼는지 모르나

아직도 내 슬리퍼는 환자에게 다가갈 때 같이 하는 동반자이다.

밑창이 주저앉아 발바닥은 아려오지만 환자에게 열심히 다가가려했던 과거의 내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내 슬리퍼와 함께 한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 21:25 응급실24




사실 제목이 좀 웃기긴 하나

 

바쁘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환자 한명 한명이 다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의사나 간호사랑 좋은 관계를 유지해 좋게 치료받고 귀가하거나 입원하는 환자도 있는가 하면

 

의료인들과 마찰을 일으켜 기분이 상해 집에 가는 사람도 있다.

 

응급실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로서 인정받고 대접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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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접수를 한다

 복잡한 응급실 환경에서 누가 들어오고 나갔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접수를 하지 않으면 더구나

 

누가 왔는지 알수가 없다. 접수를 해서 환자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줘야 진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

 

을 의료진이 알 수 있다.

 

 

 

2. 기다린다.

 모두 아픈 사람이기 때문에 나만 급하다 생각하면 안된다. 나보다 더 급한 환자도 있고 나보다 경증인 환자

 

도 있다. 중증도에 대해서는 의사가 판단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본인이 제일 아프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여 빨리 진료를 봐달라고 소리침(소위 acting)하면 의사나 간호사가 빨리 가보기는 하겠지만

 

안그래도 분주한 환경이기 때문에 큰 소리가 나는 환자는 빨리 잠재우고자 해서 첫 만남에 제대로 환자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비싼 돈 내고 대충 진료 받기는 싫지 않지 않나? 의사나 간호사도 사람이기에 괴

 

롭히는 환자는 빨리 조용히 시키고 싶은 마음을 갖고 약간(?) 성의가 떨어질 수도 있다.

 

 

 

3. 너무 많은 요구를 하지 말라.

 

 분주한 응급실 상황에서 자꾸 의료진을 불러내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귀찮아하고 질려 할 수 있다. 본인이

 

호소하는 것과 불편한 위주로 말하되 너무 자주 말을 걸면 오히려 힘들고 귀찮아 하게 될수 있다.

 

 

 

4.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

 

 환자랑 말이 가끔 안통하는 것이 있다. 배가 아프다고 해서 배에 대한 것을 물어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2년전 목이 아파 병원에서 무슨 약을 먹었네 어쨌네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가

 

하는 말을 걸러듣게 된다. 주로 1~2주 사이에 있었던 증상을 위주로 말하는 게 좋다.

 

 

 

5. 진료 후에 고맙다는 말을 남기자

 의료진도 사람인지라 본인에게 고마워하면

 

 의료진 스스로는 환자를 일이라고 생각하고 환자를 대했을 지언정

 

 고맙다는 말을 하면 좀더 잘해주고 싶어지는 이상한 인정(?)이 생긴다.

 

 

6. 돈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하지 말자

 

 응급실 의사들은 다 봉급쟁이다. 특히나 큰 병원으로 갈 수록 더하다.

 

 봉급쟁이는 환자에게 CT를 찍게 하거나 어떤 비싼 약물을 썼다고 해서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필요해서 검사를 하자는 것이고 투약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저는 봉급쟁이에요. 환자분 검사는 필요해서 하는 거지 저한테 10원짜리 하나 안떨어져요!"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퇴원하면서 의사나 간호사에게 진료비가 얼마 나왔는지 묻지 말자. 환자 진료비는 신경 안쓰고(?엄밀히 말하면 너무 비용 많이 나올 것 같은 것은 안하려고 하고 꼭 해야 하면 동의를 받는 것이 의료진이다. ) 진료만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얼마 나왔는지 주사가 얼마인지, 검사 비용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진료비를 물어봤자 잘 모른다. 진료비는 퇴원할 때 원무과에서 수납하면서 물어보면 된다.

 

 

7. 집에 가라 그러면 고맙습니다 해야지 왜 집에 그냥 보내냐고 따지지 말자

 

의사들의 고충 중의 하나가

"이 환자를 귀가시켰다가 문제 생기면 어쩌지?"

라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귀가 결정을 내렸다면, 또는 경증이라서 내일 외래로 오라 그런 경우는

 

본인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구나 하면서 고마워 해야한다.

 

의사들은 수분~수시간동안 환자를 보고 퇴원 결정을 하는 것에 굉장히 부담을 가지고 있다. 집에 보냈다가

 

잘못되면 큰일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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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생각 나는 것은 이것이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응급실에서 4년째 일하고 있으면서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것들을 나열

 

한 것입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나 보호자와 따뜻한 관계를 갖고 싶어합니다. 노력도 하지만 워낙 의사에 대한

 

인식이 나빠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아서 참으로 어렵습니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 21:22 응급실24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의사가 부족하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환자 얼굴보는 시간이 2~3분밖에 안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 보험 공단이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뭐 지금 당장 고쳐지기는 힘들겠지만...

현실은 너무 암담하다

 

한 1~2주 전인가

70대 할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왔다

과거에 본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심장수술을 하여

심장의 기능이 정상인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분이었다

금번에 내원한 이유는

기력이 없다......

머 아주 응급이 아닌 것처럼 보일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혈당이 심하게 올라가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몸의 산증이 심해진 상태였다.
(우리 세계 말로는 DKA, 탈수나 감염으로 인해 몸의 조절기능이 흐트러져 당조절 및 대사 기능이 안되는 상태이다)

 

 

포카리 스웨트가 처음 나왔을 때 우리몸은 약알칼리성이라하며 알카리 이온수

몸이 원하는 물. 포카리 스웨트라고 광고했었다.

 

 

그렇다 우리몸은 원래 정상적으로 중성에서 약 알칼리성을 띤다

하지만 환자의 경우 심한 산성으로 변해있었다.

그래서 환자에게 수액치료 등을 시행해 산증을 교정하는 치료를 한 뒤

해당과인 내분비 내과에 연결을 하였고

내과에서는 내과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라고 보호자와 환자에게 지시를 하였다.

 

 


그러나

환자와 보호자는

무조건 흉부외과로 입원을 시켜달라 하였다.

 

 

그 이유는 환자의 경우 흉부외과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고 심장 기능이 다른사람의 절반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담당 교수님이 계시기 때문에 무조건 흉부외과로 입원을 시켜 달란다

하지만 DKA의 경우 외과의사가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내과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드물게 혈액투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내과로 입원하는 것이 맞는데

죽는 한이 있더라고 흉부외과에 입원을 시켜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과에서도 본인들이 치료하는 것이 맞다며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다가

보호자와 의사 모두 기분이 상했다

 

 

결국 보호자는 응급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응급의학과에서 개입을 했다

 

이래저래 설명을 하여 내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으나 보호자들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우리는 마지막 카드를 들었다. 암울한 의료계의 현실을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병원에는 흉부외과 의사가 없었요. 낮에는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밤에는 당직의사가 없는 날이 많습니다.
환자분이 입원해서 상태 안좋아지면 봐줄 의사가 없습니다. 밤에 안좋아지면 잘못하면 그냥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그랬더니 보호자 曰

"어제도 외래진료 보고 갔는데 흉부외과 의사가 없다니 말이 되냐고!!!
인천에서 가장 큰 병원에 흉부외과 의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도대체 그러면 응급으로 심장 수술 해야되는 사람을 수술 못한다면 이 큰 병원의 기능은 뭐냐고!!
무조건 흉부외과로 입원시켜 주고 안그러면 집에 가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집에 가겠다고!!"

 

란다...

 

 

"저도 보호자분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흉부외과 의사가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에요!"


의사입장에서는 죽으라고 집에 보낼 수는 없다.

결국 보호자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하루종일 수술하고 새벽에 겨우 주무시고 계시는 50대 흉부외과 교수님께 연락이 겨우겨우 되어

환자는 흉부외과로 입원을 하였다.

그 후 어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에는 흉부외과, 외과 등 major surgeon이 너무 적다.

 

 

그래서 이런 드라마가 더 조명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일반인도 알다시피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죽을 위험성이 크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복부의 심한 타박으로 내부 장기의 출혈이 생기면 죽을 위험성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위험한 상태를 극복해보고자 시도하는 외과적 수술이 환자 상태를 호전시킬 수도 있지만

의사로서 힘써보지도 못한 채 환자는 죽을 수도 있다.

수술대에 환자를 올려놓다가 수술은 시작도 못한 채 심장마비가 와서 죽을 수도 있고

대량의 복강 내 출혈로 인해 수술실에 가는 길에 환자에게 손도 못써보고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위험한 수술을 해서 환자를 살리면 그 희열이야 너무도 크겠지만

이런 수술을 시도하다가 환자가 죽으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의사에게 묻는다. 아니 따진다

그게 현 시점의 대한민국 의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들 위험한 수술을 감당하려 하겠는가...

 

우리과에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 병원 GS(일반외과)는 surgeon도 아니야. major trauma(중증 외상)환자를 수술대에 올리는 걸 꺼리는 것 같아"

 

우리 응급의학과 입장에서는 빨리 수술하여 환자가 해결되면 좋긴 하겠으나,

수술 안하면 곧 죽고, 수술해도 죽을 가능성 높은 환자를 수술대에 올리는 외과의사의 심정이란....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트레이닝 기간에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하루종일 서있어

힘든데도 사명감으로 외과를 선택한 의사 조차도


이런 부담감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trauma surgeon(외상 전문 외과 의사)은 안하려 하고

위험 부담감이 큰 흉부외과는 의사들이 기피하게 되었다.

 

이전에 듣기로 산부인과 의사들끼리 이런 말을 한단다(산부인과도 요새는 기피과 중에 하나다. 출산율 저하, 위험성 있는 수술, 낮은 수가 등등의 원인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 좀 모아가는 것 같으면 꼭 소송 당해서 벌어 놓은 돈 다 까먹는다. 이거 뭐 컴퓨터 reset도 아니고...쩝.."

 

지금은 의사가 성심 성의껏 열정을 다해 진료하기에 버거운 시대이다.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려하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책임을 묻고, 그 책임에 대한 보상을 위해 드는 돈을 의사 월급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부담감이 적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로만 의학도가 몰리고 있다.

 

진짜 죽을 똥 살 똥 하는 환자를 살리는 진짜 의사가 줄어들고 있다.

 

현실적인 의료 수가 제도와 탄탄한 보험 재정이 뒷바침되지 않아 의사에게 쥐어지는 돈이 얼마되지 않는다면

위험 부담큰 외과 등의 의사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며(소송 당하면 거덜나니깐)

우리나라 사람들은

심장질환으로 수술이 필요하거나 아이를 낳으려 제왕절개를 받기 위해 외국에 가서 비싼 돈 내고 수술을 받아야되고

교통사고가 나서 복부를 다치면 그냥 죽어야 한다.


지금은 의사와 환자가 다 손해보는 시대이다

그러나 이 둘 누구도 책임이 없다.


탁상공론 중인 공무원과 비현실적 의료 수가, 보험 체계의 책임이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 21:02 응급실24




어제 응급실에 74세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원래 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데
    --아직 이 병은 치료 법이 없다...증상조절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까지만...가능하다..

3일전부터 호흡곤란이 있었단다....

 

그래서 어제 아침에 병원에 오려고 하던 중 할머니 앞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단다..

 

당황한 할머니가 119에 신고를 했고....

119대원 손에 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내원 당시 환자는 이미 시체였다....호흡 맥박이 없으면 죽은 거다...송장이다....

119대원은 뭘했는지 환자를 싣고만 왔다....

 

그래서 환자를 보자마자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intubation(기도삽관-종합병원2에 보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가 자기가 못해서 어버버하다가 윗년차 선생님 불러달라고 하는 그거..._)를 바로 하고-------------물론 난 한번에 했다...

 

심장 압박에 들어갔다....

 

심폐소생술을 한지 대략 15분만에 할아버지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고....기뻐서 할머니에게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응급의학을 하게된 계기가 이거다...내 눈앞에 죽어서 나타난 사람을 살아나게 할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다른 과 의사는 못하는..

 

하지만 심장 박동은 오래가지 못했다...한번 멎은 심장은 약해져서 금방 다시 멎을 가능성이 많다...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그 이후 같은 상황이 여러차례 반복되었다...심실세동(수전증환자가 손이 떨려서 손을 못쓰는 것처럼 심장이 부들부들 떨어

혈액순환을 제대로 못시키는 상태) 지속되어 수많은 약제와 defibrillation(제세동-영화에서 보면 전기 충격주는거)를 20여 차례 시행했다...

 

 

 

결국 1시간 남짓 지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하지만 기능은 약했다...스스로 제대로 뛸 능력이 없어서 강심제를 투여했으나....혈압은 유지되지 않았고....다시 심장마비가 왔다...

 

 

사실 심장마비가 5분이상 지속되면 우리 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뇌brain이다...시간이 길어질 수록 뇌손상이 심해져서 의식이 깰 가능성은 줄어든다..마찬 가지로 심장기능도 떨어진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다시 하며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살아나시기 힘들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우셨다..

70여년을 자식 대학보내고 키우느라 농사짓고 힘들게 살아오다...이제야 자식들 자리 잡고 봉양 받을 때가 되어가는데....병때문에 고생만하다가

이렇게 가시면 안된다고....서울에 있는 자식들 얼굴도 못보고 가게 할 수는 없다고....이제 둘이 살만해졌는데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제발 더 해달라고....예전에도 "가슴누르는 것"해서 살아난 적 있었다고....제발 살려달라고....

내 손을 잡았다.....

 

 

그래서 고민했다....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는 이 심폐소생술을 계속해야 할까....

 


다시 시작했다....심폐 소생술은 의사 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10분만 넘어가도 허리가 아프고 땀나고 힘이 든다.....

 

하지만 할머니가 너무

간절했다...

 

다시 집중했다...

 

하지만...이 할아버지 말고...........응급실에 들어온 다른 환자들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이병원엔 의사가 한명이냐고...도대체 아파 죽겠는데 의사는 언제보냐고....제발좀 자기들한테 와달라고...안그러면 민원넣겠다고...협박까지 했다..

 

간호사도 거들었다....CPR 한시간째에요...다른 환자도 좀 봐야되잖아요...!!

 

라고 들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다 듣지 않았다...할아버지에게만 집중했다...할머니가 간절하기도 하고 내가 잘 할 수 있으니 책임져 주고 싶었다....

 

다시 살리고 싶었다...

 

살리고 싶은 내 욕심이 더 간절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여분 더 CPR을 지속하여 심장이 다시 뛰기는 했지만...전보다도 더 심하게 약했다...분당 20회가량의 전기신호만 내고 있지...호흡도

 

맥박도 없었다...

 

더 이상은 의미가 없어보였다....할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이제 의식이 깨거나 심장이 제대로 뛸 가능성은 "제로"라고...

 

 

할머니는 우셨다....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손을 붙잡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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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는 심폐소생술CPR교육이 거의 안되어 있다...119응급구조사들도 잘 못한다...
 
1-1 CPR하는 법을 몰라서 안타깝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witnessed arrest(목격된 심정지)의 경우 시간이 지난 심정지에 비해 소생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할 줄 모른다...


 영화에서 물에빠진 이쁜 여자 입에 대고 인공호흡하는게 심폐소생술인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제대로 할 줄 모르고 제대로 배워 본적도 없다...


 성우 장정진씨가 목에 떡이 걸려 죽었을 때나 야구선수 임수혁이 심장마비 상태로 처치가 늦어져 현재 의식불명인 것은 다 그런 이유다..


 누구나 CPR을 할 줄 알아야 한다.-->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교육

 

 

1-2 119구조사들은 심폐소생술및 여타 응급처치 법을 공부하고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그러나 하지 않는다...왜?


 예전에 우리병원에 실습왔던 구조사들에게 물었다...삼장마비인 사람을 왜 아무처치도 하지 않고 병원에 데려오냐고...할줄알면서..


 대답은 이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응급구조사가 무엇을 하려고 들면 빨리 병원에나 가자고 소리친단다....구조사가 환자에게 처치를 하느라 이송이 늦어지면 큰일 날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래서 구조사들은 환자를 병원에 그냥 데려올 수 밖에 없단다....하지만 심장 마비 환자의 경우 심정지-CPR 사이의 시간이 짧을 수록
 예후가 좋다...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말린단다...

 

2.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제일 아픈 줄 안다...

 의사가 환자의 중증도와 응급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주는 것이 미안하긴 한데....


 내앞에서 숨넘어가는 환자가 더 급하다...죽을 똥 살 똥하는 사람들이 더 급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5000만 국민은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프고 내 눈안의 티가 가장불편하다..."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보고있는 의사의 마음을 몰라준다....나만 안아프면 된단다...

 

3. 할머니의 입장이 되어봤다...
 우리 아버지가 쓰러져 어머니가 같은 입장이었더라면....아니 내가 우리 어머니의 입장이었다면.....
 되든 안되든 끝까지 해달라고 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중에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사람도 많다...병원에 죽어서 들어와서 심폐소생술 열심히 해서 살아서 걸어서 퇴원하는 사람은 대략 1~2%에 지나지 않는다....


 심정지 시간이 길어 의식이 깨지 않지만 퇴원가능한 컨디션으로 퇴원하는 환자의 보호자들 중에....왜 살려놔서 가족들 고생시키냐며 화내는 사람도 있고..


 컨디션이 안좋아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환자의 보호자의 경우 왜 살려놔서 돈 많이 들게 하냐며 인공호흡기 떼고 집으로 가게 해달라고 화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나의 안타까움도 할머니랑 마찬가지이지만.....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다...의사는 신이 아니다...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써볼 뿐
 100%도 없고....그럴 능력도 없다...

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