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MDrmetalkiller
  • total
  • today
  • yesterday
05-03 12:54

2009. 8. 2. 00:43 응급실24




얼마전 시사저널에 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은 어떤 직업을 얼마나 신뢰하나"

1위 소방관
2위 간호사
3위 환경미화원
4위 직업운동선수
>>>>5위 의사<<<<

왠일일까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80.9%나 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의사를 신뢰한단다.

그러나 현장에서 환자들을 대할때는 이같은 결과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런 생각들을 한다.

응급실에 오면 인턴이 진료한다.

응급실에 오면 비싸다

응급실에 오면 의사들은 무조건 검사를 해야한다고 외친다.

비싼 돈 주고 응급실에 왔으니 무조건 진단이 내려져 당장 치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진료 불편을 토로하기도 하고 의사 나쁜 놈들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doctor shopping(healer shopping)을 한다. 이 의사 저 병원 골라 찾아다닌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않다.

 응급실에 오면 인턴이 진료한다.

대한민국의 "큰" 병원 응급실에는 인턴만 있는 경우는 없다.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나 전문의가 반드시 백업을 한다.
우리병원을 비롯한 큰 병원들에서는 외부에 강조하여 알린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24시간 상주하여 진료"

 

 응급실에 오면 비싸다

응급실은 비쌀수 밖에 없다. 현재 수가 체계상 "응급의료관리료"라는 것이 있다. 큰 병원일수록 그 가격은 높아진다.
우리병원같이 큰 대학병원의 경우 보험에서 지원받지 않으면 35000원을 받게 되어있다.
나이트클럽가도 사오만원씩 기본료를 받는다. 아마도 시설 및 물 관리?를 위해 쓰는 돈으로 알고 있다.
응급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응급의료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나라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 관리료로 응급센터나 응급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남들 잘 시간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비롯한 병원관계자들의 당직 수당?(실제로는 당직수당이 주어지지는 않지만..)을 주기 위해 운영되는 것이 응급의료관리료다.

 

응급실에 오면 의사들은 무조건 검사를 해야한다고 외친다.
비싼 돈 주고 응급실에 왔으니 무조건 진단이 내려져 당장 치료가 되어야 한다.

사실 질병이라는 것은 단 한순간 딱 보고 알수가 없다.
박명수가 걸린 간염도 초기에는 감기로 오진?되었을 것이다.
간염이라는 것이 열, 근육통, 기력없음 등 감기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황달, 구역질, 복통 등이 나타나게 되어있다.

질환이라는 것은 초기 증상부터 질병이 진단될 정도의 증상을 보일 때까지 수시간에서 수일 간 시간이 걸린다.
관상보듯이 한순간 환자를 대하고 진단할수는 없다.
그래서 의사는 초기에 다양한 질환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진단이 되기까지 환자의 상태를 뜯어보고 고민해야한다.

하지만 성격급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비싼 돈 주고 응급실까지 왔으니"
30분동안 의사가 진단명을 붙여 주지 않으면 성질을 낸다. 그러고는 돌팔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너희들 인턴이지?학생이냐?니들 맨날 과장들한테 맞으면서 배울꺼 아냐!"

라고 한다. 쓰읍

심한 경우는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응급실에서는 철칙이 있다.
아무리 가벼운 질환으로 의심이 되더라도 가급적 검사를 권유해서 위험한 질환을 배제해야 된다.
그래야 환자의 안녕과 의사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다. 물론 검사를 한다고 해서 모든것이 다 나오지는
않는다
특정 질환이 진단될 정도의 증상과 진찰 소견을 보여야 검사를 해도 뭔가가 나온다. 검사는 의사가 의심하는 질환을 진단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의학은 귀납법을 적용한 과학이다. 통계와 확률 게임이다.
어떤 증상을 보인 환자들을 지켜보니 이런 질환이더라...그래서 다음에 같은 증상을 보인 환자가 오면 그 질환일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라는 방식이다.

대강 한번 슬쩍 환자를 보고서는 진단은 내려질 수가 없다. 더구나 100%치료되지는 않는다. 치료하면서 경과를 봐가면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간 병원에서 치료 받았음에도 잘 낫지 않아 찾아간 다른 병원에서 새로운 진단명이 붙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 본 의사를 돌팔이 취급을 하게 된다.

더구나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응급실과 외래에서 단 한번에 진단명을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증상을 말하자 마자 진단 내려지기 원한다는 것은
어느 병원, 어느 의사를 찾더라도 불가능하다.

차라리
무릎팍 도사 강호동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처음부터 환자 자신을 잘 파악하고 꾸준히 봐왔던 의사를 믿고 찾는게 좋다. 개념있는 의사라면 내 환자가 나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사람은 없다. 처음 본 의사에게 믿음을 가지고 찾아가는게 좋다.


도움이 되는 글이었다면

아래에 추천 꾸욱!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24. 22:53 응급실24




 

사람들은 의사 사회는 도제식라고 말한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사실

 

나도 인턴 때, 1년차 때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진료를 했더랬다.

 

문제는 대중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밤에 남들 다 잘 시간에 병원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서

 

"전문의 만날수 있나요?"

"그 병원 가면 인턴만 있는 거 아니에요?"

 

라고

 

한다.

 

사실 큰 병원이야 전문의가 상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병원에는 인턴도 하지 않은 의대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의사들이 진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야 의사 가운 입고 있으면 경력, 경험이야 어쨌든 간에 모든 의사가 다 '으사 선상님', '원장님'이었지만

 

지금은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이 아니면 병원도 아니라는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턴, 레지던트가 전문의보다 서툰 것이야 당연하지만

 

의대 6년 꼬박 공부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국가에서 진료할 자격을 인정한 "의사"이다.

 

그러나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지 않으면 전문의가 될 자격조차 없다.

 

어찌보면 종합 병원에서 환자와 직접 부딪치는 사람은 인턴, 레지던트일 수 밖에 없다.

 

전문의들도 역시 과거에 어리버리하기만한 인턴, 레지던트를 했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인턴, 레지던트 training을 받은 사람들이다.

 

나를 진료하는 사람이 전문의가 아니라서 제대로 된 치료를 못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백업해주는 더 경험 많은 의사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버리한 의사에게 진료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더이상 전문의는 만들어질 수 없다.

 

자꾸 미용사에 비유를 해서 좀 그렇지만

 

미용실에서 초짜 미용사가 머리를 해주면 이상할꺼라 생각해서

 

베테랑 미용사에게만 머리를 한다면

 

내 머리를 해준 베테랑이 미용실을 떠나고 나면 초짜들만 남게 된다.

 

하지만 초짜가 손님 머리 감겨주기부터 시작해서 염색, 파마, 커트 등을 배우며

 

경험을 쌓아가면

 

그 사람이 베테랑이 되는 것이다.

 

사람 몸을 다룬다는 면에서 좀 다를 수 있지만

 

인턴, 레지던트에게 진료를 받지 않는다면 더이상 전문의는 없다.

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