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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MDrmetal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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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6. 11:27 응급실24




사실 이제 왠만큼 봐서

진짜 상태 안좋아져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되는 환자와

그런대로 근근히 버텨 다시 상태가 좋아질 수 있는 환자가

대강은 눈에 보인다.(정확치는 않다....의사는 신이 아니다..)


하지만

단정지어 말했다가는 나중에 돌아올 화살이 너무나 크고 엄청나 감당이 안되기에

의사들은 단정지어 말하기가 두렵고

(의사들끼리 흔히 말하는)
 
warning(경고-환자들이 참 듣기 싫고 무섭기만 한 말)

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상한 경험이 많이 있다.

 #case 1
교통사고로 머리를 부딪친 40대 환자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했다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머리(뇌) CT를 촬영했고
다행히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뇌진탕으로 보입니다. 1주일 정도면 보통 좋아지는데 어떤 경우는 6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어요.
만약에 약드시고 경과 보시다가
3~4일 내에 한쪽 팔다리가 마비된다든지, 두통이 더 심해진다든지, 경기를 한다든지
하면 빨리 병원 다시 오셔서
CT검사 다시 해봐야 합니다.지연성 뇌출혈이 있는 경우가 드물게 있어요"

하고 귀가 시켰다.

분명 환자는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는 3일째즈음 두통과 구역질이 너무 심하다며 응급실에 재내원했고
다시 촬영한 CT상 뇌출혈이 발견되었다.

만약 앞서 내가 말한 무서운 단어와 말들을 환자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분명
치료비 내놔라...이거 오진이다...왜 이딴식으로 진료를 하느냐...이노무 병원은
의사의 질이 떨어지네 어쩌네
고발할거다...

라는 말이 나왔을 것..

 #case 2
50대 남자가 DOA(death on arrival)로 이미 죽은 채 병원에 내원했다.
젊고 건강했던 사람이라서 심폐소생술을 50여분 가량 했으나 반응이 없었다.
환자의 아내에게
"이미 돌아가신 상태시고 5분이상 심장이 멈췄다면 의식은 절대 못깨어납니다.
이제 돌아가셨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라고 했다.

그리고 정확히 4분뒤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보통 24시간 유지되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다.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사실 진짜 의식이 깨고 살아나실 확률은 1~2%에 지나지
않습니다. "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환자는 다시 심장마비 상태에 이르렀고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 뒤

결국은 자기 발로 걸어서 퇴원했다.

--내가 여기서 만약 환자가 의식이 깨고 심장이 잘 뛰어 살아나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면?
다음날 다시 심장마비가 일어났을 때
보호자들은 우리가 치료를 잘못한게 아니냐며 멱살부터 잡았을 것이다.

또 환자가 의식이 깨지 못한 채 심장만 뛰는 정도로 가만히 누워있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면
왜 살려냈냐고 의사를 욕하고
또는 소송을 했을지도 모르지

 #case 3
대동맥 박리증(대동맥-우리 몸에서 가장 큰 동맥, 이것이 찢어지는 병)으로
내원한 70대 할머니

사실 이 병은 사망률이 높다. 아니 완전 초기에 병원에 와서 발견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죽는다.

할머니도 다른 병원을 거쳐 우리 병원에 내원하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내원 당시 혈압도 정상보다 심각하게 낮고 의식도 불분명해져가는 상태....

솔직히 대동맥 치환술이란 수술을 하기에는 고령에, 혈압도 불안정하고,

수술을 해도 그 중 절반은 수술하다가 또는 수술 후 수일내에 사망한다.

그래서 결국 보호자들은 수술을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환자는 중환자실에 가서 치료를 받다 입원한지 2시간만에 상태가 더 안좋아졌다.

결국 나는 수시간 내에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다는 선고를 하였다.

왜?

살아날 기미도 거의 안보이고

살더라도 의식을 찾기 힘들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살아났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면 나중에 가서 보호자들은 꼭 이런말을 한다.
"왜 살렸냐, 이렇게 의식찾지도 못할 걸..이렇게 의식없이 가만히 누워있게 만들꺼면
뭐하러 살렸냐"는 말을 한다.)

하지만 약물로만 치료한지 3일뒤 환자는 컨디션이 좋아져서

중환자실을 벗어나 일반병실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물론 몸안에 폭탄을 안고 있긴하다. 대동맥 파열이 더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감기증상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난 이런말을 꼭한다.
"간염, 뇌수막염, 기타 다른 질병의 초기 증상일 수 있습니다.처음에는 명확히 구별이
안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경과보시다가 다른 증상이 생기면 병원을 다시 와주세요"

왜?

같은 증상의 100명의 환자중 경과관찰 중에
한명이라도 다른 질환으로 진단이 내려지면
그 한명은 나를 비난할 것이다.
의사가 그냥 감기라 그러더니
간염이라는데
그거 돌팔이 아니냐
치료비내놔라
....
..
..

사실 간염도 처음에는 두통, 근육통, 식욕부진, 구토, 발열, 목아픔 등등 다른 증상이 선행한다.

내아이의 이마를 꿰맸는데 의사가 흉이 거의 안남을거라고 했는데 흉이졌다면?
그래서 난 "흉이 남을 가능성도 있지만...."이란 말부터 먼저 시작한다.


그래서 무섭고 듣기 싫은 말을
환자에게 할 수 밖에 없다.


의사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이것 뿐이다.

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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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9. 17. 12:15 응급실24




우리 병원에는 인턴쉽을 오는 119 구급대원(응급구조사)들이 있다.

지난 화요일 회식자리가 있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나라 공무원을 얼마나 쉽고 편하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알게되었고,
우리나라 구급대가 왜 제역할을 못하게 되는지
119대원들이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게되었다..



#episode 1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며 기력이 없어 못일어난다고 병원에 좀 데려다 달라는 신고 전화가 왔다한다.

키가 작고 아담한 여자 응급구조사와 다른 남자 구조사(119운전하시는분)가 함께 출동을 했다.


환자를 실을 들것을 가지고 환자의 안방에 들어서보니 90kg도 넘어보이는 덩치큰 환자가 누워있었다한다.

들것에 환자를 옮기려하니 환자가 그러더란다.

"저기 여자분....그 아담한 몸으로 나 들수 있겠어요?"


-여자 구조사
"저 글쎄요 한번 들어봐야죠"


-환자
"윽...나 떨어뜨리는 거 아니죠?"


들것을 들자 환자를 든 들것이 약간 휘청거렸다한다.




그러자

환자는



제발로 걸어서 병원으로 가버렸단다.



아 걸어갈 힘 있으면 119 부르지 말지 왜 병원에 데려다 달래!


실상...이런 환자 많다....

-코피를 한시간동안 흘렸다고 큰일났다며 119에 신고해 119들것에 버젓이 앉아서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

-손가락 끝을 칼에 베어 20분 동안 피났다고 119 신고해 걸어서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

-아기가 자꾸 운다고 119신고해서 119타고 아이 안고 오는 엄마


악용하는 사람도 많다.

-의료보호 환자(저소득층으로 지병을 앓고 있어 국가에서 거의 100% 진료비 등을 지원해주는 사람)로
병원에 가려면 차비가 들어서..119 신고..ㅡ.,ㅡ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 끝났는데 집에좀 데려다 달라며 새벽 4시에 119에 전화하는 사람ㅡ.,ㅡ




이런 호출과 신고를 받으니 진짜 급하게 치료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119가 제시간에 출동을 못한다...

안타까운 현실..


#episode 2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칼을 들고 자해하려 한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우리의 씩씩한 119대원은 환자의 집에 들어섰다.

방문에 노크를 하자

벌컥 문이 열리며

환자가 칼을 들이대서 움찔했다.

결국 그 환자를 달래던 중 환자가

칼을 들고 계속 쫓아와

옥상으로 도망갔다가

환자가 칼로 위협하는 바람에 3층 높이 옥상에서

우리의 대원은 바닥으로 추락..

경추골절..

하반신 마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응급구조사들..

쓸데없는 119신고에 허탈함...

진짜 중환자의 응급처치가 늦어짐


이게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의 현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8. 10. 23:04 응급실24




인천 세계 도시 축전(이하 도시축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하기 위해

응급진료소를 개설하고 있다.

어제 8/9에 도시축전에 파견 근무를 갔더랬다.

내가 맡은 곳은 응급의료소였고 중간 정도되는 응급 상황 대비 시설이다.




이곳은 인천시청이 인천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 119, 큰 병원들을 반강제(?)로 소집해 만들어놓은 응급처치 시설이다.




그거야 그렇다 치고

도시축전에 이런 획기적인 행사가 있다니...놀라워서 소개하려 한다.



내가 있던 응급의료소 앞에 "이동 응급 의료 체험관"이라는 행사장이 설치되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홍보 및 교육을 하는 곳이다.


자격증을 가진 1급 응급구조사가 배치되어 있으며

관심을 가지고 행사장에 들어오는 도시축전 관람객을 대상으로

마네킹을 놓고 심폐소생술을 교육한다.

33도가 넘는 푹푹 찌는 더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왔다.(물론 거기에서 교육하는 사람들도 푸우욱 땀에 젖었다.)


교육은 대략 30~40분정도 동안 진행되며

무료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을 살리기 위해

무료로 한번 배워보자

심폐소생술

<심폐소생술 동영상>클릭!




참!!

도시축전 관람하러 오신분들!!부탁이 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생긴 물건...AED(자동 제세동기, 사실 공항, 터미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잘 찾아보면 더러 있습니다.)라는 것인데

이것의 뚜껑을 여시면 응급의료소에서 계속 알람이 울립니다.

<응급환자 발생시 사용하는 기계>입니다.

이상하게 생긴것이 있어 신기해서 그러시겠지만..

그것이 울리면 저희들은 그곳으로 뛰어가서 환자가 발생했는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과도한 호기심으로 열어보시게 되면

30도가 넘는 더위에

달려가야 하는 저희를 생각하시어


눈으로만 봐주시고

궁금하시면

이동 응급 의료 체험관으로 오세요!

<AED사용법>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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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