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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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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9. 21:51 응급실24




조만간 현장의 상황을 사진으로 올리려 생각중인데....


지금 우리 병원 응급실은

"재난"

상황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재난(disaster)
: 병원이나 응급실에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단기간에 들어와 정상적인 환자 흐름이 이루어지지 못할때..
라고 되어있는데


요새 그렇다..

나야 전문의 시험 준비하느라 진료에서 멀어져 있지만..
시험 준비 전...10월 초까지만 해도
우리 응급실에 하루 200명 정도 내원
그중 신종플루 의심환자 30명가량...


그러나..



지난 일요일
공부하다 잠시 쉬러 나가다
후배들이 응급실에서 일 잘하고 있나 보러가다가

그만두었다..

병원 원내 약국앞이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차서
지나갈 수가 없었다..

또 신종플루 전용 진료실에는
의자가 없어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들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인데..아마도 신종플루가 아닌가 하고 내원한 사람들이다.

2주전부터 신종플루 아닌가 하면서 내원한 환자가 슬금슬금 늘어나더니
언론에서 마구마구 근거없는 보도해대니깐
우리응급실이 일요일에는 완전 전쟁터가 되었다.


총 750명 내원(평소의 세배 수준이다...)
그러나 추가로 투입된 의사는 2~3명 정도..

후배에게 물어보니
진료보는데까지 3시간 기다리고
타미플루 처방받아서 귀가하는데까지
총 5시간은 걸리는 것 같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진짜 응급환자들이라면 5시간 응급실에서 기다린다 그러면 마구마구 언성을 높이고 성질을 냈을텐데..
마스크 끼고 돌아다니던 환자들이 잠잠하더란다...


한번은 우리병원 옆에 있는 삼O화재 란 회사에서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한명 나온뒤
15분동안 그 회사 직원 40명이 신종플루 검사를 받겠다고 내원했다고 한다..(의사는 5명 뿐인데..)

증상은 하나도 없는데..


어째튼 난리는 난리다..


언론에서 너무 과장, 포장해서 보도를 해서 일반인들의 두려움이 커져만 가는것 같다.





요새는 우리 병원도 타미플루 처방의 기준이 좀 바뀌고 있다.
환자가 너무 몰려들다보니
진짜 응급환자가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여서..
그리고 빨리 투약해서 나쁠것도 없고
약효도 그런대로 괜찮아서
특별히 상태 나빠보이지 않고 환자 본인이 신종플루 아닌가 하고 물어오면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살짝 우려스럽기는 하다..

첫째
바이러스라는 것이 돌연변이가 잘생기는데
너도 나도 타미플루를 받아가서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무작위로 투약할 것이 아니라..
신종플루 바이러스 검사를 한 뒤에 투약하는게 필요할 듯 싶다.

(현재 검사는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생기는 항체를 검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체가 한번생긴사람은 계속 항체가 남아있을 것이다...
한번 신종플루 비슷한 증상으로 확진 검사없이 타미플루를 먹고 병이 호전된 뒤
다음에 비슷한 증상이 생겼을 때
신종플루 혈청검사를 했을 시 진짜 양성인지 과거 감염인지 감별이 안될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
신종플루라고 내원하는 환자들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못받는 진짜 응급환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동네의원에서 진료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으세요"
라는 말이 제발 제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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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10. 1. 16:17 응급실24




평소 하루 200명 정도 내원하는 우리 응급실

주말에는 300~350명 내원(이정도 되면 완전 도떼기 시장 수준)

명절에는 400~600명 내원


이중 상태가 심각한 중환자는 50명 남짓

나머지 350~550명은 경증 환자로


     추석에 자주 발생하는 경증 환자에 관한 다른 글
     !


중환자를 케어하다보면 경증 환자는 제대로 처치 받지 못하거나 환자 취급도 못받는 경우가 많다.

아니 의료진이 경증 환자에 치여 중증 환자를 제대로 케어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연휴가 길어질 수록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증 환자 수가 늘어난다.

따라서 중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못받는 경우가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난 명절이나 연휴 기간이 짧은 것이 좋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에 단계가 있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작은 의원, 병원을 거치지 않으면 큰 병원을 내원할 때 모든 치료에 50%정도의 금액이 더 부과된다.

이러한 인식이 이제는 자리를 잡아 감기 환자가 큰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응급실의 경우는 아직도 그러하지 못하다.

작은 병원 응급실에 가면 제대로 처치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요새는 작은 병원 응급실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작은 병원에도 CT나 x-ray, 피검사 정도는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경우가 많다.



연휴기간에는 작은 의원이나 병원은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응급실은 운영된다.

응급실은 응급, 중증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곳이다.

큰 병원일 수록 더 중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내가 걸어서 병원을 갈 수 있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크게 위험한 증상이 아닌 것 같다 생각하면

규모가 작은 응급실부터 먼저 가자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 환자가 큰 병원에서
적절히 처치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명절, 연휴 기간동안 의료 상담은
국번 없이 1339
(핸드폰의 경우 지역번호-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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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8. 2. 00:43 응급실24




얼마전 시사저널에 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은 어떤 직업을 얼마나 신뢰하나"

1위 소방관
2위 간호사
3위 환경미화원
4위 직업운동선수
>>>>5위 의사<<<<

왠일일까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80.9%나 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의사를 신뢰한단다.

그러나 현장에서 환자들을 대할때는 이같은 결과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런 생각들을 한다.

응급실에 오면 인턴이 진료한다.

응급실에 오면 비싸다

응급실에 오면 의사들은 무조건 검사를 해야한다고 외친다.

비싼 돈 주고 응급실에 왔으니 무조건 진단이 내려져 당장 치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진료 불편을 토로하기도 하고 의사 나쁜 놈들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doctor shopping(healer shopping)을 한다. 이 의사 저 병원 골라 찾아다닌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않다.

 응급실에 오면 인턴이 진료한다.

대한민국의 "큰" 병원 응급실에는 인턴만 있는 경우는 없다.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나 전문의가 반드시 백업을 한다.
우리병원을 비롯한 큰 병원들에서는 외부에 강조하여 알린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24시간 상주하여 진료"

 

 응급실에 오면 비싸다

응급실은 비쌀수 밖에 없다. 현재 수가 체계상 "응급의료관리료"라는 것이 있다. 큰 병원일수록 그 가격은 높아진다.
우리병원같이 큰 대학병원의 경우 보험에서 지원받지 않으면 35000원을 받게 되어있다.
나이트클럽가도 사오만원씩 기본료를 받는다. 아마도 시설 및 물 관리?를 위해 쓰는 돈으로 알고 있다.
응급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응급의료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나라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 관리료로 응급센터나 응급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남들 잘 시간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비롯한 병원관계자들의 당직 수당?(실제로는 당직수당이 주어지지는 않지만..)을 주기 위해 운영되는 것이 응급의료관리료다.

 

응급실에 오면 의사들은 무조건 검사를 해야한다고 외친다.
비싼 돈 주고 응급실에 왔으니 무조건 진단이 내려져 당장 치료가 되어야 한다.

사실 질병이라는 것은 단 한순간 딱 보고 알수가 없다.
박명수가 걸린 간염도 초기에는 감기로 오진?되었을 것이다.
간염이라는 것이 열, 근육통, 기력없음 등 감기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황달, 구역질, 복통 등이 나타나게 되어있다.

질환이라는 것은 초기 증상부터 질병이 진단될 정도의 증상을 보일 때까지 수시간에서 수일 간 시간이 걸린다.
관상보듯이 한순간 환자를 대하고 진단할수는 없다.
그래서 의사는 초기에 다양한 질환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진단이 되기까지 환자의 상태를 뜯어보고 고민해야한다.

하지만 성격급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비싼 돈 주고 응급실까지 왔으니"
30분동안 의사가 진단명을 붙여 주지 않으면 성질을 낸다. 그러고는 돌팔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너희들 인턴이지?학생이냐?니들 맨날 과장들한테 맞으면서 배울꺼 아냐!"

라고 한다. 쓰읍

심한 경우는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응급실에서는 철칙이 있다.
아무리 가벼운 질환으로 의심이 되더라도 가급적 검사를 권유해서 위험한 질환을 배제해야 된다.
그래야 환자의 안녕과 의사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다. 물론 검사를 한다고 해서 모든것이 다 나오지는
않는다
특정 질환이 진단될 정도의 증상과 진찰 소견을 보여야 검사를 해도 뭔가가 나온다. 검사는 의사가 의심하는 질환을 진단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의학은 귀납법을 적용한 과학이다. 통계와 확률 게임이다.
어떤 증상을 보인 환자들을 지켜보니 이런 질환이더라...그래서 다음에 같은 증상을 보인 환자가 오면 그 질환일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라는 방식이다.

대강 한번 슬쩍 환자를 보고서는 진단은 내려질 수가 없다. 더구나 100%치료되지는 않는다. 치료하면서 경과를 봐가면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간 병원에서 치료 받았음에도 잘 낫지 않아 찾아간 다른 병원에서 새로운 진단명이 붙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 본 의사를 돌팔이 취급을 하게 된다.

더구나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응급실과 외래에서 단 한번에 진단명을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증상을 말하자 마자 진단 내려지기 원한다는 것은
어느 병원, 어느 의사를 찾더라도 불가능하다.

차라리
무릎팍 도사 강호동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처음부터 환자 자신을 잘 파악하고 꾸준히 봐왔던 의사를 믿고 찾는게 좋다. 개념있는 의사라면 내 환자가 나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사람은 없다. 처음 본 의사에게 믿음을 가지고 찾아가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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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24. 22:53 응급실24




 

사람들은 의사 사회는 도제식라고 말한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사실

 

나도 인턴 때, 1년차 때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진료를 했더랬다.

 

문제는 대중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밤에 남들 다 잘 시간에 병원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서

 

"전문의 만날수 있나요?"

"그 병원 가면 인턴만 있는 거 아니에요?"

 

라고

 

한다.

 

사실 큰 병원이야 전문의가 상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병원에는 인턴도 하지 않은 의대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의사들이 진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야 의사 가운 입고 있으면 경력, 경험이야 어쨌든 간에 모든 의사가 다 '으사 선상님', '원장님'이었지만

 

지금은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이 아니면 병원도 아니라는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턴, 레지던트가 전문의보다 서툰 것이야 당연하지만

 

의대 6년 꼬박 공부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국가에서 진료할 자격을 인정한 "의사"이다.

 

그러나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지 않으면 전문의가 될 자격조차 없다.

 

어찌보면 종합 병원에서 환자와 직접 부딪치는 사람은 인턴, 레지던트일 수 밖에 없다.

 

전문의들도 역시 과거에 어리버리하기만한 인턴, 레지던트를 했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인턴, 레지던트 training을 받은 사람들이다.

 

나를 진료하는 사람이 전문의가 아니라서 제대로 된 치료를 못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백업해주는 더 경험 많은 의사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버리한 의사에게 진료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더이상 전문의는 만들어질 수 없다.

 

자꾸 미용사에 비유를 해서 좀 그렇지만

 

미용실에서 초짜 미용사가 머리를 해주면 이상할꺼라 생각해서

 

베테랑 미용사에게만 머리를 한다면

 

내 머리를 해준 베테랑이 미용실을 떠나고 나면 초짜들만 남게 된다.

 

하지만 초짜가 손님 머리 감겨주기부터 시작해서 염색, 파마, 커트 등을 배우며

 

경험을 쌓아가면

 

그 사람이 베테랑이 되는 것이다.

 

사람 몸을 다룬다는 면에서 좀 다를 수 있지만

 

인턴, 레지던트에게 진료를 받지 않는다면 더이상 전문의는 없다.

posted by EMDrmetal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