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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문의 우재혁입니다. 의사-환자-사회가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MDrmetal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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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 00:43 응급실24




얼마전 시사저널에 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은 어떤 직업을 얼마나 신뢰하나"

1위 소방관
2위 간호사
3위 환경미화원
4위 직업운동선수
>>>>5위 의사<<<<

왠일일까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80.9%나 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의사를 신뢰한단다.

그러나 현장에서 환자들을 대할때는 이같은 결과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런 생각들을 한다.

응급실에 오면 인턴이 진료한다.

응급실에 오면 비싸다

응급실에 오면 의사들은 무조건 검사를 해야한다고 외친다.

비싼 돈 주고 응급실에 왔으니 무조건 진단이 내려져 당장 치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진료 불편을 토로하기도 하고 의사 나쁜 놈들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doctor shopping(healer shopping)을 한다. 이 의사 저 병원 골라 찾아다닌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않다.

 응급실에 오면 인턴이 진료한다.

대한민국의 "큰" 병원 응급실에는 인턴만 있는 경우는 없다.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나 전문의가 반드시 백업을 한다.
우리병원을 비롯한 큰 병원들에서는 외부에 강조하여 알린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24시간 상주하여 진료"

 

 응급실에 오면 비싸다

응급실은 비쌀수 밖에 없다. 현재 수가 체계상 "응급의료관리료"라는 것이 있다. 큰 병원일수록 그 가격은 높아진다.
우리병원같이 큰 대학병원의 경우 보험에서 지원받지 않으면 35000원을 받게 되어있다.
나이트클럽가도 사오만원씩 기본료를 받는다. 아마도 시설 및 물 관리?를 위해 쓰는 돈으로 알고 있다.
응급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응급의료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나라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 관리료로 응급센터나 응급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남들 잘 시간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비롯한 병원관계자들의 당직 수당?(실제로는 당직수당이 주어지지는 않지만..)을 주기 위해 운영되는 것이 응급의료관리료다.

 

응급실에 오면 의사들은 무조건 검사를 해야한다고 외친다.
비싼 돈 주고 응급실에 왔으니 무조건 진단이 내려져 당장 치료가 되어야 한다.

사실 질병이라는 것은 단 한순간 딱 보고 알수가 없다.
박명수가 걸린 간염도 초기에는 감기로 오진?되었을 것이다.
간염이라는 것이 열, 근육통, 기력없음 등 감기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황달, 구역질, 복통 등이 나타나게 되어있다.

질환이라는 것은 초기 증상부터 질병이 진단될 정도의 증상을 보일 때까지 수시간에서 수일 간 시간이 걸린다.
관상보듯이 한순간 환자를 대하고 진단할수는 없다.
그래서 의사는 초기에 다양한 질환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진단이 되기까지 환자의 상태를 뜯어보고 고민해야한다.

하지만 성격급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비싼 돈 주고 응급실까지 왔으니"
30분동안 의사가 진단명을 붙여 주지 않으면 성질을 낸다. 그러고는 돌팔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너희들 인턴이지?학생이냐?니들 맨날 과장들한테 맞으면서 배울꺼 아냐!"

라고 한다. 쓰읍

심한 경우는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응급실에서는 철칙이 있다.
아무리 가벼운 질환으로 의심이 되더라도 가급적 검사를 권유해서 위험한 질환을 배제해야 된다.
그래야 환자의 안녕과 의사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다. 물론 검사를 한다고 해서 모든것이 다 나오지는
않는다
특정 질환이 진단될 정도의 증상과 진찰 소견을 보여야 검사를 해도 뭔가가 나온다. 검사는 의사가 의심하는 질환을 진단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의학은 귀납법을 적용한 과학이다. 통계와 확률 게임이다.
어떤 증상을 보인 환자들을 지켜보니 이런 질환이더라...그래서 다음에 같은 증상을 보인 환자가 오면 그 질환일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라는 방식이다.

대강 한번 슬쩍 환자를 보고서는 진단은 내려질 수가 없다. 더구나 100%치료되지는 않는다. 치료하면서 경과를 봐가면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간 병원에서 치료 받았음에도 잘 낫지 않아 찾아간 다른 병원에서 새로운 진단명이 붙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 본 의사를 돌팔이 취급을 하게 된다.

더구나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응급실과 외래에서 단 한번에 진단명을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증상을 말하자 마자 진단 내려지기 원한다는 것은
어느 병원, 어느 의사를 찾더라도 불가능하다.

차라리
무릎팍 도사 강호동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처음부터 환자 자신을 잘 파악하고 꾸준히 봐왔던 의사를 믿고 찾는게 좋다. 개념있는 의사라면 내 환자가 나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사람은 없다. 처음 본 의사에게 믿음을 가지고 찾아가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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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7. 5. 22:18 응급실24




갑자기 내가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학교 때 채변 검사 할때 내 응X를 젓가락으로 집어 봉투에 넣는 것 조차 싫어했던 내가...

 

 

 

 

이전에 그런 일이 있다.

 

간성 혼수(간이 안좋아 암모니아 대사가 안되어 몸에 암모니아가 쌓여 의식 불명이 되는 병)

환자가 의식은 없고

응급실에서 간성 혼수를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관장!뿐이다.

 

의식없는 환자들은 관장약이 들어간 뒤 참지를 못하고 금방 배변을 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관장약을 똥X에 넣은 뒤 보호자에게 장갑과 거즈를 주고 똥X를 틀어막으라고 하던가 아니면

의사나 간호사가 여력이 되면 똥X를 틀어막기도 한다.

 

한번은 간성혼수 환자에게 관장을 해주고 보호자가 잠깐 나간다고 해서 옆에 있던 내가 똥X를 막고 있다가

다른 환자가 많아서 간호사에게 바톤 터치를 해주려고 하는데

그 찰나를 환자가 참지 못했다

 

 

 

 

 

뿌지직~~~

 

 

응아를 해버렸다.

 

관장약이 섞였으니 당연히 묽은 또옹이다.

 

 

 

 

 

내 팔과 가운에 튀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간호사 팔에도 튀어 간호사는 시계!!에 응아가 떡하니 붙어버렸다.ㅠ

 

 

 

간호사와 나...둘다 굳어버렸다....(이땐 겨우 1년차 밖에 안되었더랬지...)

울상이 되었으나 곧 보호자가 돌아오는 바람에 다시 표정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환자에게서 돌아서 나오자 마자 가운을 갈아입고 비누로 세번 네번을 응아 묻은 내 팔을 빡빡 비벼 닦았다.ㅠㅠ

하지만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은 저녁에 밥을 먹을 맛도 안났다. 히유~

 

그런 일이 있은 후 간호사가 퇴근하기 전에

 

"괜찮아요??비싼 시계 같던데?"

 

라고 했더니

 

간호사가 말한다...

 

 

 

"제 시계 아닌데요 머 빌린거에요...캬하하하하~~~"

 

ㅜ.ㅡ,

 

시계 주인은 아마 잘 닦아서 돌려받을테니 응아가 묻었단 사실을 모르겠지 ㅎㅎ

 

 

 

어쨌든 1년차 때는 찝찝함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바빠서 그냥 슥삭 닦고 다시 진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내 손에 주변사람이나 내 응아나 침이 묻는 것

 

밥알 튀는 것도 싫지만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채혈하다 환자 피가 내 손에 묻어도

 

상처를 꿰메다가 환자 피가 내 안경에 튀어도

 

이제는 환자 입에서 가래가 튀어서 나와

 

내 얼굴에 튀거나 내 입에 들어가도

 

환자가 구토한게 머리까지 튀어 뒤집어 써도

 

그냥 그런갑다 해버린다....오호

 

 

 

다른 사람 또옹을 만지고도 비누로 한번 손씻고 그 손으로 밥을 떠먹고

 

남의 발 만진 손으로 담배를 들어 물고...

 

많이 변한 것인지 무뎌진 것인지..

 

이상하게도 환자 몸에서 나온 것이나 환자 몸에 묻어 있는 것들은 이제 별로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간염환자 응아나 침, 피가 내 몸에 닿으면 나도 간염이 걸릴 수 있고

 

결핵환자 가래가 내 입으로 들어가면 나도 결핵환자가 될 수 있지만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해버리고 있다...

 

 

실질적인 보호장구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마스크 쓰고 진료하면 보호자나 환자가 자기를 싫어하나 하고 생각할까봐

 

마스크조차도 잘 안쓰게 되고...

 

 

그냥 의사라서...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24. 22:53 응급실24




 

사람들은 의사 사회는 도제식라고 말한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사실

 

나도 인턴 때, 1년차 때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진료를 했더랬다.

 

문제는 대중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밤에 남들 다 잘 시간에 병원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서

 

"전문의 만날수 있나요?"

"그 병원 가면 인턴만 있는 거 아니에요?"

 

라고

 

한다.

 

사실 큰 병원이야 전문의가 상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병원에는 인턴도 하지 않은 의대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의사들이 진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야 의사 가운 입고 있으면 경력, 경험이야 어쨌든 간에 모든 의사가 다 '으사 선상님', '원장님'이었지만

 

지금은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이 아니면 병원도 아니라는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턴, 레지던트가 전문의보다 서툰 것이야 당연하지만

 

의대 6년 꼬박 공부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국가에서 진료할 자격을 인정한 "의사"이다.

 

그러나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지 않으면 전문의가 될 자격조차 없다.

 

어찌보면 종합 병원에서 환자와 직접 부딪치는 사람은 인턴, 레지던트일 수 밖에 없다.

 

전문의들도 역시 과거에 어리버리하기만한 인턴, 레지던트를 했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인턴, 레지던트 training을 받은 사람들이다.

 

나를 진료하는 사람이 전문의가 아니라서 제대로 된 치료를 못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백업해주는 더 경험 많은 의사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버리한 의사에게 진료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더이상 전문의는 만들어질 수 없다.

 

자꾸 미용사에 비유를 해서 좀 그렇지만

 

미용실에서 초짜 미용사가 머리를 해주면 이상할꺼라 생각해서

 

베테랑 미용사에게만 머리를 한다면

 

내 머리를 해준 베테랑이 미용실을 떠나고 나면 초짜들만 남게 된다.

 

하지만 초짜가 손님 머리 감겨주기부터 시작해서 염색, 파마, 커트 등을 배우며

 

경험을 쌓아가면

 

그 사람이 베테랑이 되는 것이다.

 

사람 몸을 다룬다는 면에서 좀 다를 수 있지만

 

인턴, 레지던트에게 진료를 받지 않는다면 더이상 전문의는 없다.

posted by EMDrmetalkiller
2009. 6. 14. 23:10 응급실24




 

사체 발생 보고서에

 

"우재혁"

 

하고 사인을 하는 것은 늘상 괴롭다.

 

응급실에서 자주 보는 응급실 내원 환자의 사망..

 

누구에게는 아버지나 어머니일 수도, 남편이나 부인일수도, 아들, 딸일수도...

 

 

그렇기 때문에 내 눈앞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사망 선언을 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일이다

 

내 부모, 자식이 저 환자라면 내 마음은 어떨지...

 

병원에 죽어서 들어온 DOA(death on arrival)이라면 조금 덜하지만

 

내원시에는 죽지 않은 상태였으나 응급실이나 병동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늘 씁슬하다.

 


오늘

 

 

봄비 후 다가온 차가운 바람마냥 그 가족이나 내 마음은 횡한 기분으로 가득찬다.

 

몸의 차가움이야 옷깃을 여며 막으려 애써 볼 수 있으나

 

내 가족의 죽음에서 오는 싸늘한 시신과 싸늘한 마음은 덜어낼 방법이 없다.

 

 


내가 응급의학과를 택한 이유가

 

죽은 사람도 살릴 줄 아는 의사

 

"진짜 의사"

라는 것이었는데

 

 

오늘은 내 앞에서 누군가의 아버지가 죽고 말았다.

 

응급실에 들어올 때부터 일견 봐도 상태가 안좋아보여서

그 환자를 담당하고 있던 후배에게 잘 보라고 주지를 시켜놓았는데

 

결국은 우리가 손써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네명의 의사가 달라 붙어

 

구슬땀을 흘리며

 

심폐소생술을 2시간 가량했어도

 

잠시 ROSC(심장마비가 왔다가 다시 혈액 순환이 회복되는것)되기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하늘은 맑고 높지만

싸늘한 봄 바람을 맞은 듯 마음은 시려온다

우울함을 달래려 쓰디쓴 커피를 마셔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강한 속쓰림 뿐이다.

posted by EMDrmetalkiller